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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물가죽 북」/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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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저수지를 보면

끈 바짝 조여놓은 북 같다

야트막한 언덕이 이 악물고 물가죽을 당기고 있어서

팽팽하다

간밤 물가죽에 내려앉은 소리들이 금방이라도 솟구쳐 오를 것 같다

낮고 빠르게 다가온 검은 새 한 마리

둥-

물가죽 북을 울리고 가는 동안

물가죽 북에 이는 파문은

무심결이다

저수지 수면이 마침내 북의 이미지까지 얻었다. 이 북 역시 피동적이다. 무언가 북의 표면을 자극해야 소리가 난다. 자극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위해 넓은 북의 막면은 울리기 쉽게 수면의 모양새이다. 문득 검은 새 한 마리가 수면을 스치며 물가죽 북의 막을 진동시켰다. 그 행위에 시인은 "물가죽 북에 이는 파문은 무심결"이라고 첨언했다. 더 놀라운 것은 수면에 비치고 있던 하늘 역시 가죽 한 장을 얻어 하늘가죽 북의 모습이었으니 물가죽 북이 울면 하늘가죽 북 또한 맞받아 울음 운다. 동기감응이다. 방금 물 가죽과 하늘 가죽을 울렸던 검은 새 한 마리 그 소리들을 "번갈아가며 냉큼 받아 먹는"다. 삼라만상이 서로 깍지끼듯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저 무심결은 단순한 무심결이 아니라 모든 복잡한 회로를 거친 단순함이다. 화가 장욱진의 판화 한 점을 재현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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