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저수지를 보면
끈 바짝 조여놓은 북 같다
야트막한 언덕이 이 악물고 물가죽을 당기고 있어서
팽팽하다
간밤 물가죽에 내려앉은 소리들이 금방이라도 솟구쳐 오를 것 같다
낮고 빠르게 다가온 검은 새 한 마리
둥-
물가죽 북을 울리고 가는 동안
물가죽 북에 이는 파문은
무심결이다
저수지 수면이 마침내 북의 이미지까지 얻었다. 이 북 역시 피동적이다. 무언가 북의 표면을 자극해야 소리가 난다. 자극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위해 넓은 북의 막면은 울리기 쉽게 수면의 모양새이다. 문득 검은 새 한 마리가 수면을 스치며 물가죽 북의 막을 진동시켰다. 그 행위에 시인은 "물가죽 북에 이는 파문은 무심결"이라고 첨언했다. 더 놀라운 것은 수면에 비치고 있던 하늘 역시 가죽 한 장을 얻어 하늘가죽 북의 모습이었으니 물가죽 북이 울면 하늘가죽 북 또한 맞받아 울음 운다. 동기감응이다. 방금 물 가죽과 하늘 가죽을 울렸던 검은 새 한 마리 그 소리들을 "번갈아가며 냉큼 받아 먹는"다. 삼라만상이 서로 깍지끼듯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저 무심결은 단순한 무심결이 아니라 모든 복잡한 회로를 거친 단순함이다. 화가 장욱진의 판화 한 점을 재현한 풍경이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장동혁 "尹 면회 신청했지만…구치소, 납득 못 할 이유로 불허"
문형배 "선출권력 우위? 헌법 읽어보라…사법부 권한 존중해야"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