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지독한 가난, 상업계 고교 진학, 자수성가의 표본, 최고의 권좌.'
얼핏 보면 비슷한 인생 역정을 살아온 이명박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인연은 199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5대 총선에서 이 대통령은 신한국당 후보, 노 전 대통령은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 종로 선거구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이 대통령의 압승. 노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이종찬 후보에도 뒤진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승리를 차지한 이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했고, 노 전 대통령은 1998년 재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정인봉 후보를 누르고 국회 재진입에 성공해 명암이 엇갈렸다.
정치 입문은 노 전 대통령이 '선배'였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권유로 부산 동구에 출마, 금배지를 단 것. 이 대통령은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전국구 후보로 당선됐다.
두 사람은 2002년 대통령과 서울시장으로 다시 만났다. 이 대통령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 사이에 큰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퇴임사에서 "청계천 복원 계획에 힘을 실어준 대통령께 감사한다"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앞서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 "강력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한 이 시장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난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청와대 자료 유출 논란' '박연차 리스트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전·현 정권이 전면 충돌했던 것. 하지만 이 대통령은 대부분의 경우 온건론 쪽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현직 대통령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와 관련해서도 '구속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밝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악연'으로 끝날지 모를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비롯한 일부 네티즌들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등 민심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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