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영은미술관 작업실에서 방혜자(方惠子) 선생을 만났다. 1937년생이니 올해로 73세. 하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맑은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마치 소녀 같은 미소를 머금고 조근조근 이야기를 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61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뒤 지금껏 그곳에 머물고 있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회화 외에도 벽화, 색유리화, 판화에 관한 공부를 두루 했고,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뉴욕, 스위스, 독일, 스웨덴, 벨기에 등지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늘 음식을 싱겁게 먹으며 즐겁게 산 덕분인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건강을 유지한 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펴고 있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파리에서 살면서(물론 잠시 귀국해서 8년간 국내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파리지엔'이 다 됐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적 감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 유명한 그의 작품을 대구에서 만나게 됐다.
방혜자는 빛을 창조하는 작가다. 작업실에 걸린 작품을 보며 기자는 "마치 최첨단 망원경으로 촬영한 은하계의 모습 같다"고 말하자 그는 무척 놀라워했다. 실제로 저명한 천문학자가 찾아와 "최근에야 첨단장비의 도움으로 촬영하게 된 우주의 은밀한 모습을 어떻게 수십년 전부터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게 됐느냐?"고 물었다는 것. '빛의 탄생' '하늘과 땅에서' '대지의 빛' '우주와 자연의 숨결' 등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이어지는 화려한 빛의 창조와 빛의 서사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방혜자의 작업실에는 유화 특유의 기름 냄새가 없다. 유화 물감이 아니라 석채, 광물, 식물성 염료, 흙(특히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채석장에서 얻은 회색과 오렌지 색감의 황토) 등을 자연 접착제를 이용해 무직천의 앞뒤에 스며들도록 반복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얼핏 수채화 같은 옅은 물성을 지닌 듯 보이지만 배어들고 마르고, 다시 칠하는 끈기있는 반복 작업을 통해 작가만의 독특한 질감을 창조해 냈다. 이번 전시는 30일(개막 오후 4시)부터 6월 14일까지 갤러리 신(성안오피스텔 16층)에서 열린다. 053)623-3002.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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