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지 연구 G7 국가로 도약…한국해양연구소 부설 극지연구소

▲ 북극 다산기지(위)와 남극 세종기지 전경. 다산기지는 셋방살이로 노르웨이에 신세를 지고 있다.
▲ 북극 다산기지(위)와 남극 세종기지 전경. 다산기지는 셋방살이로 노르웨이에 신세를 지고 있다.
▲ 박미라 연구원이 연구소 실험실에서 원심 분리기를 이용해 남극에서 채취한 생물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 박미라 연구원이 연구소 실험실에서 원심 분리기를 이용해 남극에서 채취한 생물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세종대왕과 다산 정약용. 현 시대에 살아있다면 남· 북극을 개발하는 데 어떤 좋은 아이디어를 냈을까. 한글과 측우기(세종), 수원 화성 축조기술(다산) 발명 등 이 두 선조의 엄청난 창의력에 비추어 볼 때 아마도 극지 연구에 있어 이 분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을 것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바람이다. 그래서 남극반도 남쉐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섬에 있는 우리 남극기지의 명칭은 '세종기지',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의 북극기지 명칭은 '다산기지'다.

이들 기지의 모(母) 기관이자 극지 개발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곳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이다. 5년 전 경기도 안산 해양연구원 내에 연구소가 설립됐고, 3년 전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국제도시로 연구소가 따로 이전해 독립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극지 연구의 현 주소와 향후 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28일 오후 극지연구소(KOPRI:Korea Polar Research Institude)를 찾았다.

◆한국 극지 연구의 발전

한국은 25년 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에 가입하면서 남극탐험을 시작했다. 남극관측탐험대를 결성했고,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조약에도 가입했다.

한국해양연구원에는 극지연구실이 신설됐다. 이후 탄력을 받게 돼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가 준공됐다. 이후 매년 남극 탐사를 위한 월동대가 현지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 22차 월동대가 나가 있다. 딱 1년만 활동하고 돌아와야 한다. 다시 월동대원이 되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

2002년 북극에도 셋방살이지만 기지가 개설됐다. 다산기지의 모든 시설과 기지 운영은 노르웨이 킹스베이사와 계약해 위탁관리되고 있다. 연구자들도 원하는 기간에만 체류하면서 현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쇄빙연구선 '아라온'이 올해 말이면 건조된다. 쇄빙선이란 남극대륙이나 북빙양과 같은 빙해역에서 얼음이나 작은 빙하들을 깨고 항해할 수 있는 선박. 기대가 크다. 이름부터 그렇다. '아라'는 고어로 '바다'라는 뜻이며 '온'은 온 세상을 누비고 다닌다는 뜻. 합쳐서 '아라온(ARAON)'. 6천950t급 쇄빙선으로, 승선인원 85명, 배 건조 예산은 1천40억원.

◆극지연구소

한 사람의 희생이 또 다른 발전을 이뤘다. 2003년 제17차 전재규 월동대원이 킹 조지 섬에서 보트를 타고 나오다 엄청난 파도와 해무(海霧)에 고무보트가 뒤집히면서 실종돼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 이로 인해 극지 연구의 위험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해양연구원 한 부서로는 극지 연구와 기지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 극지연구실이 아닌 극지연구소로 바꿨다.

초대 소장은 김예동 박사. 김 박사는 초창기 연구소 예산 확보에 주력했으며, 2006년 3월 인천 송도신도시 갯벌타워로 옮긴다. 극지연구소는 20층 갯벌타워 건물 중 7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각 층에는 연구소 사무실과 극지에서 가져온 생물과 자원들을 보관하고 연구하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연구소 직원은 선임연구원 박사급 30여명을 포함해 모두 100명가량이다. 이들 중 매년 월동대원들이 선발돼 남극에 파견된다. 남극에 파견될 때는 1년 계약직인 엔지니어 10명과 연구직 7명 등이 동행한다.

유연진 기획부장은 "극지 연구에 대한 국민적, 국가적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극지 연구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극지연구소는 ▷극지생물 특성과 연암 및 육상생태계 ▷극지 고유 유전자원 확보 및 이용기술 개발 ▷극지생물 재현 및 활용기반 구축 ▷남극대륙 종단 빙하 프로그램과 빙하기반기술 개발 ▷극지역 광역 관측망 시스템 구축 ▷남극해 온실기체 처리능력 평가 등 분야로 나눠 연구를 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세종·다산기지와 함께 인천 송도 신도시 내 연구소에 정책개발실, 선임연구부·극지기반사업부·경영기획부 등 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지의 땅 극지, 개척 서둘러야

남극과 북극. 강대국들에겐 우주전쟁과 마찬가지로 첨단과학기술 경쟁의 대결장이다. 게다가 지구 보존과 함께 무한한 자원의 보고다. 상당수 국가들이 남극대륙 해안가 쪽에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남극점에 대규모 연구단지인 '아문센 스콧기지'를 건설해 기술적 우위를 보이자, 이내 러시아에서는 남극대륙의 또 다른 지점(지자기 남극점)에 '보스톡 기지'를 세웠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합동으로 보스톡 인근에 '콩코디아'라는 합동기지를 세웠다. 일본 역시 극지 연구에 있어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으며, 중국도 뒤늦게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지영 극지연구소 홍보팀장은 "남극 대륙 내에 석유,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엄청난 양의 부존자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아직은 국제협약으로 2048년까지 개발을 못 하지만, 향후 남극 자원이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도 2003년 남극대륙 지질조사를 통해 향후 3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층을 찾아냈다. 또 극지 연구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와 홍보를 위해 5년 전부터 극지연구체험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학·연 공동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할 일은 더 많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은 지난해 남극세종기지 20주년 축사를 통해 "남극대륙에 제2의 기지도 짓기 위해 새로운 땅을 물색 중이며, 극지 연구의 질적 발전을 통해 향후 극지 G7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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