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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텃밭에서 배우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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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농번기다. 이장과 교수라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면서도, 나는 텃밭 일구기까지 하는 작은 농부이기도 하다. 아침마다 부출돌식 뒷간에 똥을 누고 똥과 오줌을 따로 모은 다음 퇴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오뉴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철이라 농부의 '주적'으로 여겨지는 풀이 왕성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밭에서 일하는 것은 곧 풀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풀은 나의 '원수'가 아니다. 풀은 고마운 자원이자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오래전에 철학 교수직을 벗어던지고 변산 공동체의 농부가 된 윤구병 선생은 '잡초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 잡초는 없다. 우리가 일일이 그 이름을 모르거나 모두 나름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인간이 그걸 몰라 '잡초'라고 낙인을 찍었을 뿐이다.

풀이 고마운 자원이 되는 까닭은 우선 풀을 베어 닭을 주면 좋은 밥이 된다. 풀 속에 살며 풀을 먹고 살던 달팽이도 닭에게는 좋은 음식이다. 닭은 밥을 먹고 달걀을 낳아준다. 닭이 싸는 똥은 마른 풀과 뒤섞여 닭똥 냄새가 거의 나지 않으면서도 좋은 퇴비가 된다. 또 풀은 내가 직접 누고 모아 놓은 똥거름간에 같이 들어가면 똥이나 음식 찌꺼기와 함께 발효가 되면서 나중엔 좋은 유기농 퇴비로 된다. 물론 풀을 베어 나무나 작물의 밑동 둘레에 잘 덮어주면 풀이 보온, 보습 작용을 함과 동시에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하게 땅을 잘 보호한다. 그리고 풀이 있는 곳은 비가 와도 흙이 잘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요즘은 갑자기 강력한 비가 내리는 바람에 토사유출이 심하다 하지 않던가.

또 풀이 좋은 선생이 되는 까닭은 풀이 생명의 원리를 잊을 만하면 가르쳐주고 또 잊을 만하면 가르치는 등 지속적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풀은 인간이 아무리 뽑아내고 잘라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거름이 없고 척박한 곳이라도 기어코 살아 올라온다. 다시 말해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모두 미워해도, 상처를 받아도 결코 좌절하여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잘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풀의 뿌리를 보면 정말 왕성하다. 인간이 풀을 뿌리째 뽑았다고 자랑하는 그 순간에도 풀은 잔뿌리를 몇 개라도 흙속에 남겨 놓는다. 그것이 시간만 좀 지나면 또다시 왕성하게 올라오는 것이다. 게다가 풀뿌리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된다. 우리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이 '가장 낮은 곳에서의 굳센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돈과 권력만을 뒤좇는 사람들이 겉으로만 화려하게 내세우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사실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지 않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이 농사를 짓는답시고 경작을 시작한 이래 농작물이란 부단히 거름을 먹어야 함에 비해, 풀은 그 어느 누구도 보살피지 않음에도 부단히 잘 살아나감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풀뿌리의 힘이 아니고 무엇인가? 바로 이것이야말로 야생성의 힘이 아니고 무엇인가. 반면에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기득권층 사람들은 풀뿌리 민초들이 가진 야생성을 잘 통제하여 잘 길들인 뒤 온순함과 복종심을 당연시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기야 권력층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인간 전체가 자연에 대해 그렇게 통제할 수 있다고, 적절히 잘 통제하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그리하여 농약과 제초제만 잘 치면 풀을 잘 잡고 농작물을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쇠스랑으로, 호미로, 괭이로, 텃밭을 일구고 있는데 저 푸른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 온갖 새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만한 인간들아, 우리 자연의 야생성을 더 이상 감옥 안으로 가두려 하지 마라. 우리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을 터이니…." 이 말을 듣고 땅을 보니 내가 심은 작물 옆에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풀들도 같은 말을 내게 한다. "너희가 우리를 아무리 뽑아낸다 해도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당장은 보이지 않을 뿐, 조금만 있으면 우리는 기어코 다시 살아 올라오리라…." 과연 우리 인간에게는 이 풀이나 새들이 가진 야생의 힘, 생명의 힘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까?

강수돌(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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