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늘고추·설탕옥수수…과학이 키운 '경북의 농산물'

'하늘을 향해 자라는 고추, 한 잎에 꼬투리가 7개 달린 깨, 거봉보다 더 굵은 포도, 수박만큼 단 옥수수, 껍질째 먹는 참외.'

경북지역에서 모두 자란다. 신품종과 신기술의 소산이다. 농촌의 살길이다. 신품종과 신기술을 연구하는 농업기술연구원-농업기술센터-농가 등의 유기적 협조체계가 필요하다. 세 바퀴가 잘 굴러갈 때 농업발전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교배와 변이에 의한 신품종은 과일이나 채소를 포함해 농작물의 굵기, 맛, 모양, 수확량과 출하시기의 경계를 없앤다. 더 나은 품질과 더 많은 수확이 소비자와 생산 농가 모두를 유인할 수 있는 요건이다.

양질의 종끼리 붙인 교배종, 환경(기온·토양)에 따른 변이종, 특정 눈에서 나온 아조변이종, 접붙이는 과정에서 특이한 종이 나온 접목변이종 등등. 유전자 변이나 방사선을 이용해 새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농작물도 이젠 과학이고, 기술이다.

교배종, 변이종 등 과학과 기술로 개발, 보급해 쑥쑥 자라고 있는 경북지역 신품종 농작물을 살펴본다.

◆색깔도, 당도도 진화하는 과채류

'대명' 복숭아, '섬머드림' 사과, '신라배', '흑구슬' 포도, '만금' 살구 등은 동종 과일 세계에서 자신을 한껏 뽐내는 품종들이다. '껍질째 먹는 참외'는 신용습 성주과채류시험장 연구관이 개발한 '대박' 기술의 산물이다.

'대명'은 백도의 품종인 '유명'의 한 가지에서 발견된 아조변이를 개발한 것. 복숭아 경작 30여년 경력의 박동은(63·경주시 서면)씨는 약 10년 전 자신의 과수원에서 다른 복숭아에 비해 유독 크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를 발견했다. 경북도농업기술원과 청도복숭아시험장이 공동연구를 통해 신품종을 개발, 2005년 국립 종자관리원에 품종보호 등록을 했다. 단맛 정도(당도)가 일반 복숭아보다 훨씬 높은 13브릭스(°Brix) 이상이고, 과실의 평균무게(과중)도 '유명'의 333g보다 훨씬 많이 나가는 449g으로 품질이 우수하다. 꽃가루가 많아 수분(수정)수 역할도 잘한다. 현재 경북지역에 5만주 이상이 보급됐다. '천중도' 백도와 '찌요마루' 황도를 교배한 '조황' 복숭아는 당도(11.6브릭스)와 산도(0.14%)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 감산조화형 조생종 황도로, 향후 보급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조생종 복숭아는 당도가 10브릭스 이상이면 맛이 난다.

'신라배'도 만생종(10월 중순~11월 상순 출하) 가운데 '신고' '만삼길'을 제치고 으뜸이다. 과중이 780g으로 '만삼길'(470~500g)보다 훨씬 굵고, 당도도 12.4브릭스로 일반 배(11.8~12브릭스)보다 좋고, 과즙도 많다. 씹히는 맛이 연하고,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다. 상주, 영덕, 군위 등지 13개 농가가 1천400주를 재배하고 있다.

'섬머드림'은 말 그대로 여름의 꿈 같은 사과. '쓰가루'(속칭 아오리)와 '하록'을 교배한 신품종으로, 작년 5월 국립종자관리원에 품종보호 등록을 했다. 기존 조생종(8월 말까지 출하)보다 평균 당도가 3~4브릭스 높은 13.4브릭스이며, 과중은 204g으로 쓰가루(249g)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조생종 사과 대다수가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떨어지는 데 비해 '섬머드림'은 단맛과 신맛(당산미)의 배합이 적당해 농가와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권순일 군위사과시험장 농업연구사는 "8월 상순에 출하되는 사과는 연녹색의 '미숙 쓰가루'가 대다수이지만 전분 때문에 텁텁한 면이 있는데, '섬머드림'은 이 시기에 붉은색을 띠며 맛이 최고"라고 자부했다.

'흑구슬' 포도는 거봉(15~16g)보다 씨알이 굵은 17.4g인데다, 당도도 일반 포도(17브릭스)보다 높은 18.8브릭스로, '포도의 제왕'으로 군림할 여지가 충분하다. 2006년 경북 10여개 농가에 보급돼 지난 8일 김천시 남면 성일농원에서 처음 출하됐다.

접목변이로 개발한 '만금' 살구는 6월 늦게 황금색의 열매를 맺는다고 이름 붙였다. 신맛이 적고 당도가 11~13브릭스로 높고, 꽃가루가 많다.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와 떨어지는 낙과가 적어 재배조건도 좋다.

'껍질째 먹는 참외'는 지난 4월 첫 출하돼 전국의 유통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농산물이다. 이는 천연칼슘 코팅을 한 안쪽 봉지와 농약과 자외선을 차단한 바깥봉지 등 특수 2중 봉지의 개발이 요체다. 특수봉지를 통해 색깔과 당도의 저하 없이 얇은 껍질이 형성되도록 한 기술이다. 작년 11월 경북지역 75개 농가가 '껍질째 먹는 참외 작목회'를 구성해 앞으로 대량보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눈과 입을 자극하는 작물

'감미옥' 옥수수는 수박에 버금가는 단맛을 자랑하고, '감미찰' 옥수수는 쫀득하고 단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풍성깨'는 잎 하나에 꼬투리가 풍성하게 열리고, '유풍깨'는 눈으로 국산임을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깨이다. '영고'(1~3호, 6호) 고추는 매워서 먹기는 어렵지만, 관상용으로 제격이다. '청자콩'은 노화방지와 호르몬 생성 성분이 포함된 기능성 콩.

초당옥수수(전분이 아닌 당분이 많이 포함된 옥수수)인 '감미옥'은 식용 찰옥수수(4%)보다 훨씬 높은 당도(15~20%)로 수박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다. 무게도 찰옥수수(개당 120~150g)의 두배(300g)로, 사료용 옥수수에 버금간다.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를 삼원 교배한 '감미찰' 옥수수는 두 품종의 우수성을 가미해 적당히 달고 쫀득해 중년층을 겨냥한 옥수수이다.

'풍성깨'는 잎 하나에 꼬투리가 7개(통상 1~3개)나 달리고, '양백깨'보다 단백질과 리그난 함량이 높다. 참기름 전용 참깨인 '유풍깨'는 종자가 일반 깨(흰색 또는 검은색)와 달리 국내 유일하게 갈색이어서 중국산 등 수입산을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품종이다. 안동생물자원연구소는 현재 '유풍깨'와 별도로 종자가 노란색을 띠고 고소한 맛이 뛰어난 기능성 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양고추시험장은 화분이나 화단에서 키우기에 적당한 관상용 고추를 2004년과 2007년에 개발, 국립종자관리원에 품종보호 등록을 했다. '영고 1~3호, 6호' 고추는 모두 원추나 세장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열매를 맺는다. 또 고추 빛깔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 보라색, 붉은색 등으로 변해가고, 일부는 한 화분에 여러 빛깔의 고추를 동시에 선보여 볼 만하다.

현재 안동에서 주로 재배되는 '청자콩'은 안토시아닌(노화방지), 아이스플라본(호르몬 생성) 등 함량이 높아 자치단체에서 '생명의 콩'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다. 성숙기가 빠르고, 수확량이 많고, 크기가 작아 재배하기가 편리한 장점을 가졌다.

◆농산물 재배와 품질의 이모저모

과채류는 주로 숙성과 출하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구분한다. 종류에 따라 구분시기가 다르다. 또 당도, 산도, 열과 등을 통해 품질을 파악할 수 있다.

사과는 8월 말까지 출하되는 품종을 조생종, 9월 상순에서 10월 상순까지 중생종, 10월 중순 이후를 만생종으로 꼽는다. 배는 8월부터 9월 상순까지, 9월 중순부터 10월 상순까지, 10월 중순 이후 11월 상순까지로 구분한다. 복숭아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7월 중순 이후 8월 중순까지, 8월 중순 이후 9월 중순까지, 9월 중순 이후(극만생종) 등으로 나눈다.

과채류의 당도는 주로 브릭스(°Brix)로 나타낸다. 브릭스는 독일 과학자 아돌프 브릭스가 고안한 것으로, 용액 100g에 포함된 당의 양을 말한다. 단, 옥수수의 경우 옥수수 생체를 100으로 했을 때 여기에 포함된 당의 정도를 %로 나타낸다. 산도(%)는 신맛을 나타내고, 열과는 과실의 껍질이 갈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수한 품종의 경우 국립종자관리원에 품종보호 출원을 한 뒤 2, 3년의 시험재배 결과 분석 등을 통해 품질보호 등록 여부가 가려진다. 품질보호등록이 이뤄져야 씨앗(종자)의 유상 보급이 가능하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사진 제공:경상북도농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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