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남편 절대 포기 못해요"…희귀병 남편 돌보는 김은수씨

7년간 병원을 오가며 간호에 익숙해진 김은수씨가 흡입용 튜브를 이용해 남편 문양주씨의 기관지에 고인 가래를 빼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7년간 병원을 오가며 간호에 익숙해진 김은수씨가 흡입용 튜브를 이용해 남편 문양주씨의 기관지에 고인 가래를 빼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금 당신 이야기 하고 있는 거 들려? 들리면 움직이기라도 해봐."

김은수(48·대구 북구 구암동)씨는 앙상한 남편의 발을 매만졌다. 남편 문양주(46)씨가 이렇게 누워 지낸 지도 3년이 넘었다. "남들은 포기하라고도 하지만, 보세요. 이렇게 발가락을 움직이고, 눈을 맞추고,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포기합니까."

문씨는 다발성경화증 환자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운동-언어-감각-시력-배변 등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희귀병. 현재는 온몸의 모든 기관이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음식 한 입 삼키지도 못해 위에 관을 뚫어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처음에는 앉지 못하다가, 다음에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고, 삼키지 못했고, 말을 잃었다. 마침내 이제는 의식만 살아있을 뿐 꼼짝달싹할 수 없어진 것이다.

문씨가 병을 앓은 것은 2002년부터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이집트에서 3년을 일하고 돌아온 그는 "중풍 증세가 좀 있다"며 한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 2달을 지내던 그는 오른쪽 팔 다리가 거의 마비된 채 6월 다시 귀국했다.

병원에서는 처음에는 '뇌경색'이라고 했다.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고 운동하면 나아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그리고 2006년, 완전히 드러눕자 병원에서는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7년의 투병생활에 집안은 엉망이 됐다. 김씨는 "입원과 퇴원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세지도 못한다"고 했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도 지고, 전세금을 빼 월세로 옮겼지만 늘 부족한 병원비에 허덕인다. 김씨는 "차라리 병원에 있는 게 편할 때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있으면 소독약부터 환자용 식사 대용품, 기저귀 등 모든 비품을 비보험으로 사야 하기 때문.

김씨는 남편을 돌보느라 자신이 아픈 것은 돌보지도 못하고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심해 걸음은 절뚝거리고, 온몸의 뼈가 툭툭 불거져 나와 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김씨는 "약물을 최대 용량까지 투여해가며 겨우 참고 있다"며 "의사선생님은 약물 투여량을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온몸이 아파 남편 돌보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말 너무 힘에 부쳐 잠시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낸 적도 있지만 20여일 만에 남편은 다시 김씨에게 돌아왔다. 한쪽 폐가 굳어져 중환자실로 실려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힘들다고 남편에게 더한 고통을 줄 수는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 남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김씨의 삶은 온전히 남편에게만 맞춰진 것이다. "어제는 일주일 만에 아들을 보러 집엘 갔는데 '나 아무래도 학습장애가 있는 것 같아. 혼자 공부하는 법을 몰라 학원이라도 다니면 좋겠어'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메었습니다. 병원비도 빠듯한 처지에 아들에게 뭐 하나 해 줄 수가 없는 입장이니 마음만 아플 뿐이죠."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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