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도심 그랑플라스 광장을 찾는 관광객은 한 해 700만명.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전체 숫자와 맞먹는다.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은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다. 볼품없는 60㎝ 크기의 청동상이지만 관광객들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브뤼셀을 포위한 적군을 향해 유유히 오줌을 눴다는 얘기, 폭설 속에 죽어가던 아버지를 찾아낸 소년이 오줌의 온기로 아버지를 살려냈다는 얘기 등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도 이야기가 없었다면 진작에 철거됐을지 모른다. 동상은 크기가 80㎝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팔이 잘려나가는 등 여러 차례 수난을 겪은 탓에 볼품이 없다. 그런데도 관광객들은 코펜하겐 하면 인어공주와 안데르센을 떠올린다.
춘천은 올해로 21회를 맞는 마임축제에서 '공지어'라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춘천의 수호신인 수신(水神)과 춘천을 넘보는 화신(火神), 둘의 싸움에 끼어든 우주 도깨비들, 공지천에 사는 물고기 공지어 등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축제장 곳곳에 현실화됐다. 실제 여부를 떠나 공지어 신화는 춘천 마임축제에 재미를 더하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돈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이고 심청전이나 홍길동전, 춘향전의 주인공과 장소적 연관성을 끌어오는 등 갖가지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 창조,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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