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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교 일본어산책-27]이토시이코이(愛しい戀)

우리말 중에서 가장 고운 말은 '곱다, 이쁘다'라는 말이 아닐까? 그런데 이 말이 일본으로 건너가면 한결 더 우아해지고 품위가 더해져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들로 변신한다. 즉, 고운 사람을 보면 사랑을 느끼게 되는 탓으로, '고운' 이란 우리말은 '사랑'을 뜻하는 '코이'(戀)로 변한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코이수루'(戀する), 사랑하는 마음은 '코이고코로'(戀心), '사랑의 노래'는 '코이우타'(戀歌), '애타게 그려하다'는 '코이고가레루'(戀焦がれる)라고 하며, 이런 말들의 마술로 인해 일본인들은 웃고 울고 행복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쁘다'의 '이뻐'는 고대 한국어로는 '잇버'인데, 이 말도 일본으로 건너가서 '사랑스럽다, 몹시 귀엽다'라는 의미의 '이토시이'(愛しい)로 변한다. '이토시이'의 고대 일본어는 '이토보'(いとぼ)였다니까, '잇버'와 '이토보'는 거의 같은 형태의 발음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쨌든, '이토시이'와 '고이'라는 이 두말의 합성어인 '이토시이코이'(愛しい戀) 즉, '안쓰러운 사랑'이란 말은 섬세한 일본인들에게 가장 귀여움을 받는 사랑스런 단어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쁜 여인은 사람들을 홀리게 하는데, 서양에 '크레오파트라'가 있다면 동양엔 '양귀비'가 있다.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홀리는 게 문제인데, 이 '홀리다'는 일본으로 건너가 '호레루'(惚れる)가 된다. 그래서 '호레타'(惚れた)라고 하면 '홀렸다'가 되는데, 아마 들어보면 거의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다.

'멋스러워'라는 한국말도, 일본으로 건너가면 존경 접두어 '오'가 붙어 '오 멋스러이'가 되고, 이것이 '오모시로이'(面白い)라는 말이 되는데 이는 '재미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후에 이 말에 한자의 아데자인 면백(面白)을 붙였는데, 이는 일본의 연극 '광언' 등에서 배우가 얼굴에 희게 분장하고 나오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아마 고대 도래인들이 '멋지다'고 한 것을 선주민들은 '재미있다'고 알아들은 것이 아닐까?

(경일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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