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른사람 시선은 안중에 없는 '막장행동' Oh∼No!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직장인들의 휴가는 이미 시작됐다. 피로에 찌든 몸에는 휴식, 격무에 시든 뇌에는 충전의 계기인 휴가지만 자칫 긴장을 너무 풀면 곤란하다. '막장'을 입증하는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외수영장과 해수욕장, 야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과한 에너지가 뿜어져나오기 일쑤다.

여름 휴가철이다 보니 시원하다 싶은 곳이면 입소문에 갇힌다. 이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곳들은 어디를 막론하고 뭇사람들의 발길로 바글바글하다. 부산 해운대, 강릉 경포대 등은 인파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외 설령 아는 사람만 안다는 곳에도 수백명의 인파는 각오해야 '낭만적 휴가'에 대한 기대심리를 조절할 수 있다.

기대심리를 조절했다 하여 충전의 자리가 마련되는 건 아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별의별 사람이 다 모이는 법.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꼴불견'들은 장소 불문이다. '와우, 저기 저 아가씨 100점 만점에 100점!'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지만 어느 정도 남들의 시각도 감안해야 한다. 사회적 동물이지 않은가. 혹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꼴불견, 미리 챙겨 충전과 휴식이 충만할 수 있는 휴가를 보내보자. '인간말종'의 전형은 멀리 있지 않다. 각별히 주의해야 할 때가 역시 휴가철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맘에 새겨두고 공공장소에서 휴가를 즐기자. 언제 내가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꼴불견'이 될지 모를 일.

◆물놀이, '저질 평론가들'

해수욕장이나 실내 수영장 등 물놀이 장소에서 흔히들 발견할 수 있는 꼴불견은 '쥐뿔도 없는 저질 평론가'. 돈 안 든다고 아무 때나 입을 뗀다. '저 아가씨가 다리털을 덜 깎았네' '저 빈약한 상체로 용감하게 다니네' '쟤는 왜 왔냐, 시각공해다' 등등.

평론의 대상자에게 들리거나 들리지 않거나 가릴 것 없이 민망한 발언을 일삼는다. 심지어 '피식' 웃는 경우도 있단다. 지난해 여름 휴가차 해운대에 다녀온 조현숙(가명·27·여)씨는 그때 받은 충격으로 한동안 헬스에 전념했다고 했다. 조씨는 "휴가를 갔다가 외려 스트레스만 받고 왔다"며 "몸매를 자랑하려고 바닷가에 피서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내수영장도 예외는 아니다. 수영장의 특성상 수영복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괜스레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면 '반변태'로 낙인 찍히기 십상. 몇몇 남성들의 경우 선탠을 빙자해 선글라스를 낀 채 여성들의 동선을 따라가는데 이럴 경우 여성들이 직감적으로 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몇몇 수영장에서는 선글라스 착용 후 선탠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당부까지 한다.

수영장의 풀에다 실례를 하는 경우는 아주 고전적인 '꼴불견'. 이 역시 사람들이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망신살 뻗치지 않으려면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찜질방·헬스장, '스킨십족, 몸매감상족'

불경기에 값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동네 가까운 곳에서 여름나기를 하는 이들에게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공공의 적들이 있다. 바로 찜질방 '청춘남녀 스킨십족'과 헬스장의 '몸매감상족'.

이들은 불쾌지수를 높이는 주범들이다. 특히 세태 변화로 인해 요즘 청춘 남녀들은 사랑표현에 더욱 적극적인 데 반해 기성 세대들은 민망한 장면을 보는 데 익숙지 않아 이내 말이 나오기 마련. 찜질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편한 장면들이다.

대구의 규모가 큰 A찜질방 실무자에 따르면 수면실에서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이는 젊은 커플을 제지해달라는 민원이 적잖게 들어온다는 것. 대체로 나이 드신 분들은 그 자리를 피해버리지만, 너무 심할 경우 그냥 넘어가려니 마음이 불편해 신고까지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찜질방에서 가장 적정한 애정행각의 수위는 대체로 손잡고 다니거나 수면실에서 팔베개를 해주는 정도가 허용 가능한 선. 가끔 가벼운 키스 정도는 봐줄 만하단다.

찜질방엔 이보다 더한 꼴불견도 많다고 한다. 야간에 술에 취해 들어와 고성방가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알코올족도 한 달에 2, 3건씩 발생한다. 심할 경우엔 찜질복 상하의를 모두 벗어 버리고 '큰 대자'로 뻗어 잔다. 이들은 바로 퇴장이다.

헬스장 역시 운동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지금은 여성들 중에도 남성의 빨래판 복근을 감상하느라 운동은 뒷전인 경우가 더 흔해질 정도. 이들 몸매감상족은 잠시 멍하니 보고 있다 감상 당사자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재빨리 화장실이나 탈의실로 대피하는 것이 상책이란다.

◆야구장 꼴불견, '내가 응원하는 팀만 전부'

야구장에서는 '진상 떠는' 사람들이 최고 꼴불견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한 잔, 두 잔 마시기 시작한 술은 일정 횟수를 넘기면 거침없다. 경기장 클리닝 타임이 이들의 취기를 최고조에 올려놓는 시간. 컨트롤 난조는 투수들만 보이는 게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경기장 안으로 물병이나 이물질을 던지는 이들은 이미 경기장에서 찍힌 '꼴불견'.

안전요원들도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유심히 관찰한다. 이들의 객기가 언제 시작될지는 예상불가. 만약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다면 100%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을 '그룹 아이덴티티'(Group Identity)로 좋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꼴불견'의 대열에 줄서야 한다는 것.

먹는 것도 좌석에 앉는 것도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사발면이나 국수 같은 음식을 먹는 것까지는 좋은 데 먹고난 뒤 아무 데나 놓아둬 누군가 발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기분까지 잡치게 된다. 좌석에 앉을 때도 다리를 쭉 뻗어 옆 사람에게 불편을 줘선 곤란하다.

대구 시민야구장 팬인 배범권(39·중구 계산동)씨는 "나도 캔맥주를 먹지만 남에게 피해는 절대 주지 않는다"며 "야구장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관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치어리더를 괴롭히는 '꼴불견'은 공공의 적이 된다. 흥에 겨워 단상 위에서 같이 춤을 추는 아저씨는 약과. 사진을 같이 찍자며 스킨십을 시도하거나 심지어 치어리더의 치마 밑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경우는 변태로 판정난다. 심지어 카메라까지 들이대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칫하면 경찰서로 직행할 수도 있다.

◆여름철 꼴불견 1위 '쩍벌남(男)-딸깍녀(女)'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www.albamon.com)이 최근 대학생 1천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름철 꼴불견 1위로 여자는 '쩍벌남'(24.7%), 남자는 '딸깍녀'(21.8%)를 꼽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이성의 매너 없는 모습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남학생은 하이힐이나 슬리퍼를 신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요란스럽게 오르내리는 여성을 이르는 신조어 '딸깍녀'에 가장 큰 불쾌감을 보였다. 반면 여학생은 지하철, 버스 등에서 다리를 한껏 벌리고 앉아 옆에 앉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쩍벌남'을 재수없게 생각했다.

남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름철 가장 보기 싫은 꼴불견은 ▷땀에 전 셔츠와 화장 ▷과도한 노출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취객 ▷거북스러운 애정행각 커플 ▷국립공원 등에서의 취사행위 등 공공장소에서의 매너 없는 행동을 꼴불견으로 꼽았다.

한편 이처럼 짜증스러운 여름, 불쾌지수를 낮추는 대학생들의 노하우로는 '시원한 맥주 한 잔'(22.5%)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기분이 좋아지는 상상을 한다'는 응답이 13.1%로 뒤를 이었고, '친구와 밤을 새워 수다를 떨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응답도 13.0%를 차지했다.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쇼핑을 즐긴다'(11.9%), '공포영화를 보며 더위와 짜증을 잊는다'(10.7%)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잠자기' '슬픈 영화 보며 실컷 울기' '아이스크림 등 달콤한 것 먹기' '아무 것도 안 하기' 등이 있었다.

도서관 꼴불견 6가지 유형도 있다. 한림대에 재학 중인 '바르게 살자'팀의 남학생 4명은 '보이지 않는 폭력은 이제 그만'이라는 주제로 도서관 꼴불견들을 상황 재연을 통해 UCC영상으로 꾸몄다. 꼴불견 중에는 ▷주변 신경 쓰지 않는 생리현상 ▷열람실 안에서 핸드폰 통화하는 사람 ▷주위 상관 없이 음식물 먹는 사람 ▷주인 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몰래 바스락거리며 과자 먹는 사람 ▷양말 벗고 발 만지작거리는 사람 등이 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꼴불견=순한글 '꼴'과 한자 '불견(不見)'의 합성어. 꼴이 같잖거나 우스워서 차마 볼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영어로는 unsightliness, unresentableness, shabbiness, indec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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