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의 전성기였던 1970, 80년대엔 민주화를 갈망하는 주장을 담은 대학신문들은 갑갑한 세상의 해방구였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화가 이뤄지고,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취업난 등으로 '학보'를 읽는 학생들이 줄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야외에서 방석 대용으로 쓰이거나 포장지로 대접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 지역 대학신문들은 다양한 콘텐츠개발,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기사 발굴 등 끊임없는 변신으로 학생들의 사랑을 되찾아가고 있다.
경북대신문은 '학생들이 많이 보는 신문', '학교가 눈치보는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학기 중 시험기간을 빼고 매주 월요일 발행되는 신문은 며칠만 지나도 동나버릴 정도로 인기다. 학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등록금인상, 대학행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학교 행정의 오류를 꼬집는 고발성 보도가 나가는 경우 학교가 신문사에 직접 해명하는 등 학생들의 지지에 힘입어 '사회의 목탁'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자들이 기획부터 취재, 기사작성, 편집, 교정까지 인쇄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도맡아 진행하면서도 이 같은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학생기자들의 남다른 열정 때문. 방학 때는 다음 학기에 발행할 신문 기획들을 취재하고,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기자 역량 교육에 참가해 역량을 키우며 60년 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계명대신문은 뉴스포털 서비스가 특징이다. 온라인에서 구독하는 수준의 전자신문 서비스를 지원하는 다른 대학에 비해 이 대학은 한글신문, 영자신문, 교육방송국을 하나로 묶어 뉴스포털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학신문사 최초로 연합뉴스와 연계해 실시간 학외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학이 되면 업데이트가 전무한 다른 대학 전자신문과 차별화하고 독자들이 언제나 대학 안과 밖의 소식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그동안 금기시했던 주제도 과감히 다루고 있다. 최근엔 연애와 관련한 기획코너인 'Love Talk'를 신설,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신문은 기자양성 시스템에서 차별화된다. 10년 전부터 일간지 기자 출신 홍보전문위원이 취재와 편집을 직접 지도한다. 학생들은 균형감 있는 기사 작성은 물론, 다양한 편집기술을 배울 수 있어 수준 높은 신문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대학처럼 선배기자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최고 전문가로부터 신문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배우고 있어 기본기가 탄탄하고 실무도 강하다. 또 사진기자들로부터 사진촬영과 편집기술 특강을 자주 듣고 있으며, 교수들에게 독서 및 글쓰기 지도를 받기도 한다. 학보사 주간인 장신호 신부의 인성교육도 학생기자의 자질을 높이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명주 편집장(경영학과 4년)은 "대학신문 기자경험은 사회로 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기자 수도 22명으로 다른 대학보다 많은 편이다. 일단 학보사에 들어오면 사퇴하지 않는다. 배우고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B학점 이상을 받으면 전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매력도 학보사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대구대신문사는 학교 안 소식들이 특징이다. 학내 사안을 다루는 취재부를 따로 두고 있고 사회현안이 생길 때는 기획부를 구성, 특별 취재에 나서고 있다. 등록금 인상, 교내 물가 인상 등 학내 사안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학생들이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적 이슈를 발굴해 보도하고 있다. 또 취업이나 학교의 각종 프로그램 소개, 대학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신문사 전연희 기자(국제학부 2년)는 "많은 사람들이 대학신문의 위기를 말하지만 고정적으로 신문을 읽는 독자가 많기 때문에 독자를 위해 취재를 할 때는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경일대신문은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한다. 지난해 9월부터 발행부수는 물론 발행주기, 판형, 지면구성까지 대폭 개편했다. 판형을 타블로이드판 중성지로 바꾸고 전국 최초로 16면 전면 컬러인쇄를 하고 있다. 또 발행주기를 월간으로 바꿔 시사·보도 중심의 기존지면을 문화, 심층보도, 인물 등의 내용으로 바꿨다. 비판을 위한 비판류의 기사가 사라지고 우리학과 이야기, 친구·교수님의 이름과 글들이 신문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대학주변의 명소, 맛집이 소개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학교의 구석구석이 심층취재를 통해 지면에 소개됐다. 전체 5만여명의 동문 중에서 중소기업 CEO가 3천여명에 이르는 점에 착안해 동문기업의 광고를 학교신문에 적극 유치, 수익금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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