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딸을 유치원에 보낸 주부 정모(32·대구 중구)씨는 올 한 해 사교육비로 1천만원 이상을 예상한다. 정씨의 딸이 다니는 곳은 수성구의 한 영어유치원. 수업은 오후 3시에 끝나지만 다시 발레와 미술 등 학원 2곳을 더 거친 후에야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영어유치원 수업료는 월 60여만원. 우유값 2만원과 수시로 내는 교재비 5만원가량을 합치면 매월 평균 65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여기에 교복과 체육복 구입비용이 더해진다. 유치원을 마친 후 보내는 학원비를 포함하면 한 해에 딸아이를 위한 사교육비로 1천200여만원을 쓰는 셈이다. 정씨는 "아이 교육비로 1천만원 이상을 쓰는 가정이 주위에 많다"며 "영어유치원이 아닌 일반유치원에 보낸다 하더라도 연간 교육비가 600만원이 예상되고 맞벌이라 학원 두어 곳은 안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연간 1천만원 넘는 곳도 많아=초등학교 입학 전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대구에서도 연간 1천만원을 훌쩍 넘는 가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 모 유치원의 경우 점심과 스쿨버스비를 포함한 수업료가 월 48만원이다. 이 외에도 수업을 마친 후 유치원과 연계된 영어 단과반 수업료가 월 19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연간 재료비 20만원, 교재비 20만원, 체육복, 교복 등을 더하면 유치원비로만 연간 84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영어유치원에 등록하면 부담은 훨씬 커진다. 대구 중구 모 유치원 영어반의 경우 수업료가 월 76만원에 이르고 대구 수성구의 또 다른 유치원 영어반은 나이에 따라 월 수업료가 69만~78만원 선이다. 결국 셔틀버스비, 식비, 교재비 등 부대 비용까지 합하면 연 부담이 1천2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원어민 교사가 지도하는 어학원에 다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별로 학생 수가 10명 미만인 사설 어학원의 경우 수업료는 월 40만~60만원 선. 일부 유명 브랜드 어학원의 경우 월 수업료가 70만원에 이른다. 유치원 영어반에 사설 어학원까지 보낸다면 연간 1천680만원이나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사립대 의대 등록금 평균치인 1천4만원을 훌쩍 넘고 국립대의 평균 등록금(2009년 기준)인 연간 416만원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 742만원에 비해 2, 3배 많이 드는 셈이다. 대구시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학원마다 원어민 강사를 얼마나 채용하는지, 반별 인원이 몇 명이 되는지에 따라 수업료가 달라진다"면서도 "하지만 서울 강남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조기교육 열풍=영어유치원을 포기하더라도 4만~10만원 수준인 피아노 교습이나 바이올린, 태권도 등 예능학원도 2, 3곳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월 5만원인 학습지도 2, 3개를 병독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은 월 70만~80만원이 넘는다. 주부 김모(36·수성구 범어동)씨는 "돈을 펑펑 쏟아붓는다는 얘기가 있지만 요즘 유치원비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보내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교육 열풍이 오히려 아이들의 성취의욕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유아교육 전문가는 "무리한 조기교육은 아이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학습 흥미를 떨어뜨리고 정서를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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