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갤러리] 아르장퇴이유의 뱃놀이

아르장퇴이유의 뱃놀이

작가: 모네 (Claude Monet: 1840~1926)

제작연도: 1872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48×75cm

소재지: 오르세미술관(프랑스 파리)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밝은 야외에서 눈에 비친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옮기고자 노력하던 일단의 젊은 화가들이 1870년 프랑스와 프러시아가 전쟁에 돌입하자 모두 런던으로 피신한다.

별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런던에서의 체류는 그들에게 터너(Turner)와 콘스터블(Constable)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작품들의 명쾌한 색채표현과 보색에 의한 음영표현은 그들에게 커다란 기술적 향상을 가져다주어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화풍을 개척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상주의 화풍을 단적으로 말한다면 '감각적으로 느낀 인상'을 순수하고 단순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회화적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상주의는 전통적인 규칙에 구애됨이 없이 화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느낀 시각적 인상에 따라서 대상을 재현하려는 미술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시각에 근거한 사실주의를 추구한 르네상스 전통의 완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인상파의 대표적 화가인 모네가 1872년 귀국해 파리 근교의 아르장퇴이유에 살면서 센 강변의 풍경을 그린 초기 인상주의 작품이다. 모네가 재현하고자 하는 시각적 인상이라는 것이, 우리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반사된 빛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의 진정한 주제는 빛,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 그 자체가 이 그림의 진정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그림은 대상의 실체를 파악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보이는가, 또 어떻게 보이는 대로 재현하는가에 대한 연구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 그림은 우선 주제로서가 아니라 모티프로서 존재하며, 작가 역시 굳이 공간의 깊이나 사물의 양감을 강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대신에 고유색을 부정하고 빛의 변화에 대응하는 색조의 변화나 공기의 진동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네는 터치를 분할하고 색조를 가급적 원색으로 환원해 병치하기도 하며, 또 두껍게 바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화면에 어느 정도의 미완성감이 남지만 그것 자체도 자연이 주는 감동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 속에서 광선의 변화를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 시신경을 집중하면 할수록 태양의 광선은 찰나적인 변화를 거듭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모네는 그러한 순간적인 변화를 순식간에, 그리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예리한 눈과 그것을 재빨리 화폭에 정착시키는 수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네의 인상주의는 그렇게 눈에 비치는 '순간성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였던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 17세기 합리주의 철학자인 데카르트(Descartes)에 빗대어 '나는 감각을 통해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한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짧은 한마디가 인상주의 미술운동을 함축적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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