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미디어법 통과로 다 끝난 것이 아니야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마치 한국 방송이 글로벌 미디어가 되고, 없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수의 미디어 전문가와 국민 60% 이상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정치의 상식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2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라고 몇 달 전에 한 국책연구원이 발표했다. 대통령도 그것을 인용해서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말했다. 일자리를 위해서 미디어법은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것을 변명하기 위한 또 다른 자료를 내놓았는데 그것도 논란에 휩싸였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형국이다.

만약 그 통계가 옳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방송산업 매출액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경제공식에 끼워 맞추어 놓는다고 그대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반증에 대해 논리적 반박도 없다.

미디어법만 통과되면 글로벌 미디어가 될까? 허상이고 오직 소망일 뿐이다. 2005년 전후로 한때 한류가 거세게 불었다. 이 당시 지상파 방송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매출액 대비 3. 41%에 불과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미디어법이 통과되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돈만으로 경쟁력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배우, 작가, 연출가가 돈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기간에 이들이 육성되는 것도 아니다. 시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도, 일자리 창출도 논리적으로 밀리면서 들고 나온 것이 방송의 여론 독과점이다. 현재 신문사 중에서 방송산업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신문사는 '조'중'동'뿐이다. 이들 신문과 기존 방송사가 교차소유를 한다면 여론독과점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논리적 모순이다.

현실적으로 지상파 TV방송국 뉴스 시청률 총합이 40% 전후라고 본다면 3사의 여론 영향력은 매우 높다. 이 면에서 신규 방송국 도입 논리의 타당성은 있다. 그러나 전제는 여론 독과점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여론시장에 영향력이 높은 몇몇 신문사는 배제하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막대한 광고비와 연구비를 통하여 여론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 중의 하나인 대자본도 배제하는 것이 합당하다.

직권상정이든 밀어붙이기든 간에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논란이 끝나는가? 아니다. 미디어법 통과의 정당성 논란과 함께 새로운 신규 사업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이 더해질 것이다. 논란은 더 커질 것이고 국론은 분열되어 국민을 더 지치게 할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대자본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조'중'동 권력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들과 손잡아야 한다면 그들 또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조'중'동 반대 세력은 이들과 손잡은 대자본 반대 세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멀리 본다면 이들은 언론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재벌 공화국'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을 장악한 재벌에 의한 밤의 대통령 시대가 열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도 이전보다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다. 미디어법 통과로 방송시장이 재편되면 광고시장의 방송시장 쏠림 현상으로 신문산업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그만큼 신문 권력도 약화될 것이고 그로 인해 방송시장에서 지분 이상으로 누리던 권력 또한 약화될 것이다. 결국, 대자본 중심으로 방송시장이 재편되어 흡수 통합되고 말 것이다. 작은 위험 피하려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지고 말 것이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이 통과돼 승리에 도취돼 있지만 그것도 잠시가 될 것이다. 국론은 분열될 것이고 그만큼 국민 에너지는 낭비될 것이다. 언론시장이 대자본 중심으로 재편되고 나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도 대자본의 결재를 받아야 할지 모를 일이다. 정치가 거대자본과 여론을 이길 수 있는가? 거대자본을 그나마 견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론 아니었던가? 여론의 힘만큼 정치의 자율성도 높았던 것 아닌가? 욕심은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상식이 통하는 원칙으로 다시 돌아갈 일이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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