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추]역사·성분'효능

기분 좋아지는 맵싸함 "바로 이맛이야"

학자들 사이에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고추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볼리비아 중부지역)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인류학자인 린다 페리 박사는 사이언스지를 통해 고추가 적어도 6천년 전부터 고대 남아메리카인들에 의해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고추는 신대륙 발견에 나선 콜럼버스에 의해 15세기 말 유럽에 소개됐고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아시아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래된 경위는 분명치 않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는 설과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또 고추가 임진왜란 때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고추에는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캡사이신(Capsycine).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고추 특유의 매운맛을 낸다. 고추가 캡사이신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다른 동물이나 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씨를 퍼뜨려 종자의 번식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간은 캡사이신이 지닌 다양한 효능에 주목하고 있다.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한편 뇌신경을 자극해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매운 음식을 찾고 고추를 먹으면 땀이 나면서 기분 전환이 되는 이유다.

캡사이신은 침샘을 자극해 식욕을 돋우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는 작용도 한다. 비만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국내 대학연구팀의 보고도 있다. 에너지대사와 관련된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지방축적을 막는다는 것.

1940년대 후반 캡사이신이 통증 전달물질로 알려진 'P물질'을 고갈시킴으로써 진통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규명된 이후 캡사이신을 이용한 진통제 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캡사이신의 발암 억제 효과가 밝혀져 항암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영국 노팅엄대학 의과대 티모시 베이츠 교수팀은 배양된 암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캡사이신이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해 암세포 괴사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캡사이신이 피부암 발병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2006년에는 미국 세다스-시나이 메디컬센터 소렌 레먼 박사가 캡사이신이 전립선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캡사이신은 산패를 막아주는 동시에 유산균 발육을 높인다. 김치에 젓갈을 넣으면 젓갈이 쉽게 상해버리지만 고추를 넣으면 산패를 막아 싱싱함을 오래 유지하고 젖산균 발육이 좋아진다.

고추에는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고추는 비타민C의 보고(寶庫)다. 고추에 함유된 비타민C는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가량 된다고 한다. 비타민C는 콜라겐 합성, 항산화제 작용, 면역기능 등에 관여하는 영양소로 부족하면 괴혈병, 결체조직 이상, 뼈통증, 골절,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고추의 비타민C는 캡사이신 때문에 쉽게 산화되지 않아 조리과정에서 손실량이 다른 채소류보다 적은 것이 특징이다.

고추에는 비타민A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도 많이 함유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암과 심장 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천연 항산화제로 동물의 간에서 비타민A로 변화된다. 비타민A는 면역기능 향상, 시력유지, 성장발달 등에 관여하며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효율적인 면역시스템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밖에 고추에는 단백질과 지질'당질'섬유질'칼슘'인'철분'나트륨'칼륨 등이 함유돼 있다. 이러한 성분 때문에 한방에서는 고추가 식욕촉진'건위제 등으로 사용돼 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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