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불법 아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아직 미혼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인 대부분 미혼모들은 쉽게 '돈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문입양기관을 거치면 입양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하는 입양가정의 인식도 아기거래를 부추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입양기관 통해도 비밀유지 가능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심해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개선돼 공개입양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입양 가정의 상당수는 비밀입양을 선호한다. 심지어 입양할 아이와 입양모가 함께 산부인과에 입원해 실제로 낳은 것처럼 가장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국내 입양된 아동의 수는 1천306명. 이중 95%가량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무적' 상태로 입양된 아이들이다. 생부, 생모와의 관계가 공문서에 남지 않아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이 선호한다. 결국 무적아를 찾는 입양 부모들의 대기기간이 길어진다거나 입양시설의 경우 입양기록이 남는다는 기존 인식 때문에 상당수 부모가 개별 입양을 시도한다는 게 입양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입양기관 측은 "공개입양이 바람직하다고는 하지만 비밀입양을 원할 경우 100%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정책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10일 친부의 양육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24세 이하 미혼모의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비용(40만원 상당)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혼모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미혼모의 실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혼모들은 "아기의 친부를 확인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었다. 인터넷을 통한 '아기 매매'가 성행하는 것도 미혼모들이 경제적으로 도움받을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혜림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미혼모와 아이 아빠가 어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방안' 정책포럼에 따르면, 미혼모들은 '취업 및 일자리 지원'(25.4%)을 제일 많이 요구했다. 또 자녀에 대한 보육·교육 지원(22.6%), 미혼모 시설 확충(18.0%), 미혼모 가족의 주거지원(14.7%), 미혼모의 학업복귀 지원(8.2%) 등을 꼽았다.
◆필요한 것은 자립 기반 마련
19살 K양은 미혼모 시설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출산한 뒤 남자친구와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기는 쉽잖았고, 동갑내기인 남자친구가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60만원 남짓한 수입은 아기 분유값대기조차 빠듯했다. 고민하던 K양은 아기를 남겨둔 채 사라졌고, 남자친구 L군은 입양시설에 찾아와 "아기를 입양시켜달라"고 울먹였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최근 미혼모의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갖춘 미혼모 쉼터 '사랑뜰'을 개소했다. 제과제빵교육, 플로리스트 등의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일자리 알선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또 학업을 중단한 미혼모들을 위한 검정고시반도 준비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제과제빵사가 꿈이었다는 한 미혼모는 일주일도 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만 구할 수 있어도 아기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겠지만 양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랑뜰' 황운용 원장은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이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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