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색깔과 맛 향 등이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공부를 해야 알 정도로 농산물이 똑똑해지고 있다. 물론 외형은 단색을 벗고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 입으며 컬러시대를 열고 있다. 특히 기능성을 높인 까닭에 가격도 일반농산물보다 비싸 농가소득 향상에도 한몫하고 있다. 동종 또는 이종 교배, 돌연변이, 접목, 유전자변이 등을 통해 탄생한 컬러 농산물들은 먹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과일류
수박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로 더위로 지친 몸에 수분과 활력을 보충해준다. 푸른 바탕에 검은 색 호피무늬가 있는 일반적인 수박뿐 아니라 최근에는 노란'검정수박 등 다양한 색깔의 수박이 생산되고 있다. 모양도 다양해졌다. 네모난 것이 있는 반면 핸드볼 크기의 미니수박도 있다.
노란수박은 크게 껍질은 일반수박과 같지만 속이 노란 것과 겉은 노랗지만 속은 일반수박처럼 붉은 것으로 나뉘어진다. 수분 함량이 높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검은수박은 고당도를 자랑한다. 외국에서 개량한 종자 또는 국산 종자가 농가에 보급된 것이다. 대표적인 국산 종자로는 '흑미수박'이 있다. 겉이 검은빛을 띠는 흑미수박은 국내 한 종묘회사가 개발한 품종으로 과피가 얇고 과육이 아삭하며 전체 당도 변화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반수박에 비해 당도가 1~2브릭스(과일의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 높은 12~14브릭스를 유지해 전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경남 의령은 흑미수박 대표 산지 중 한 곳이다. 올해 의령군농업기술센터와 종묘사, 의령흑미수박연구회는 재배협약을 맺고 의령읍과 용덕면 일원에 10ha 규모로 흑미생산 단지를 조성했다. 의령군은 흑미수박을 지역특산품화하기 위해 내년에는 재배단지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영천에서는 오색컬러포도(검정포도'청포도'적포도'핑크포도'우윳빛포도)가 생산되고 있다. 영천시는 2007년 지역특성화 시범사업으로 오색컬러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잘 재배되지 않는 유럽종을 도입, 농가에 보급한 경우로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디어사업으로 꼽힌다. 오색컬러포도는 고운빛깔뿐 아니라 국내에서 흔히 먹는 포도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어 가격이 일반포도보다 4배 정도 비싸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 겉모양은 기존 메론과 같지만 속이 붉은 빛을 띠는 레드메론도 있다. 당도가 높고(14브릭스)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암과 심장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천연 항산화제로 동물의 간에서 비타민A로 변하기 때문에 비타민A의 전구물질로 분류돼 있다.
◆채소류
토마토의 변신이 돋보인다. 다른 농산물에 비해 다양한 품종이 많이 개발돼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은 파랗게 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토마토가 몸에 좋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이제는 속담도 변해야 할 것 같다. 요즘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지 않고 노란색, 주황색 또는 검정색 등으로 익어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쿠마토'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흑토마토는 수확 기간이 일반토마토보다 3, 4개월 길어 최고 1년까지 수확이 가능하고 양질의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일반토마토에 비해 항암작용, 노화방지, 심혈관질환 예방, 혈당저하 효과를 나타내는 리코펜은 약 3배, 베타카로틴 성분은 약 2배, 비타민C는 1.4배 정도 많이 들어있다. 익기 전 푸른 상태에서는 상큼한 맛을 내며 검은색으로 익게 되면 달콤한 맛과 향이 강해진다.
노란색토마토는 단맛이 풍부하며 향이 부드럽고 자두형, 둥근형 등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노란색이 가지는 장식적 가치 때문에 식용뿐 아니라 샐러드와 요리의 장식용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노란색과 비슷한 오렌지색토마토는 과즙과 단맛, 향이 풍부하고 신맛이 적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품종을 개량한 오렌지색토마토는 붉은색토마토에 비해 리코펜 생체 흡수율이 2.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컬러토마토는 색상별로 영양성분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흑토마토는 노화를 억제하고, 노란색토마토는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며, 주황색토마토는 각종 질병 예방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컬러바람은 고구마'감자'당근에도 불고 있다. 자색고구마는 일반고구마보다 영양성분이 뛰어나다. 자색고구마는 100g당 평균 2~6g의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항산화식물로 노화억제, 암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간기능을 활성화시켜 지방간과 간경화 및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고 뇌 대사기능 증진, 시력개선, 다이어트에도 좋다. 지난해 KBS '생로병사의 비밀' 을 통해 자색고구마의 우수성이 알려졌다.
붉은색 감자 '홍영'과 자주색 감자 '자영'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2003년 가공용 감자 '대서'와 야생종인 'AG34314'를 교배한 후 4년간 선발과 특성조사 끝에 2007년 홍영과 자영을 출시했다. 홍영과 자영은 기존 품종에 비해 안토시아닌 함량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암세포를 대상으로 항암활성을 분석한 결과 자영과 홍영 추출물은 전립선암 억제활성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으며 이들 감자를 원료로 제조한 화장팩은 미백'잔주름 제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되는 당근은 주황색을 넘어 흰색'자주색'보라색'검은색 등으로 색깔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노란색당근은 조직이 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며 베타카로틴도 많이 함유돼 있다. 보라색당근은 조직이 단단하고 주황색당근 보다 당도가 높아 맛이 달콤하다는 것.
시장이나 대형 소매점에서 흔히 접하는 오이맛풋고추는 기존 고추 성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운 맛을 오이맛으로 승화시킨 품종이다. 흔히 오이와 고추를 접목시킨 품종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오이맛풋고추는 고추 품종을 교잡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오이맛과 비슷해 이름에 오이가 들어갔다. 품종명 '길상'인 오이맛풋고추는 한국 육종가의 손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2007년 품종보호권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연노란색을 띤 고추도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능성 고추인 '당조'에는 당뇨에 좋은 탄수화물 소화흡수 저하물질(AGI)이 다량 함유돼 있다.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 생으로 먹어도 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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