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골프 우승, 양용은이 해냈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한국인,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 대회를 제패하며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열었다. 양용은은 17일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파72·7천67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즈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맞은 양용은은 이글 1개에 버디 2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 3타를 잃으며 부진했던 우즈(5언더파 283타)에 역전승, 한국 골프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양용은은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39·나이키골프) 등 숱한 선수들이 이루지 못했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아시아계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깨뜨려 세계 골프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됐다.

제주도의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힘들게 골프 선수로 활동해 온 양용은은 3월 PGA 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메이저 대회까지 제패하면서 골프의 강자로 우뚝 섰다. 더욱이 양용은은 결코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우즈를 맞아 조금도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양용은은 퍼팅이 홀컵에 아쉽게 떨어지지 않을 때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지만 시종일관 대담한 스윙으로 페이스를 잃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비해 우즈는 플레이가 풀리지 않아 어두운 표정이었고 오히려 양용은의 기세에 눌린 듯한 모습이었다.

우즈는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14승이나 올렸고 특히 3라운드 선두로 나섰을 때 역전패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