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0 수시모집, 후회없는 선택 하려면…

상위권大·인기학과가 장미빛 미래 필수조건일까

11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201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대비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에 참가한 수험생 어머니들이 입시정보를 관심있게 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201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대비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에 참가한 수험생 어머니들이 입시정보를 관심있게 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제 입시철은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수시모집 비중이 정시모집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시1학기 전형은 없어졌지만 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로 선발하는 학생은 지난해보다 4천543명 늘었다. 올 입시에서 수시모집 인원은 21만9천24명으로 전체 모집 정원의 57.9%나 된다. 수시전형(9월 9일부터 원서 접수)을 앞둔 요즘,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방학인데도 진학상담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수시 지원을 결심한 수험생들은 학생부 성적, 논술과 면접 등의 대학별시험, 어학능력, 수상실적 등을 활용해 지원전략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합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회 없는 대학과 학과의 선택이다. 무조건 상위권 대학, 인기가 높거나 취직 잘 되는 학과를 선택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내 삶의 목표나 가치관은?

학급에서 1, 2등을 하는 고3인 이희영(가명)양은 자신의 내신성적 등을 고려해 수시에 서울의 상위권 대학 경제학과에 지원키로 마음먹었다. 문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문계열에 지원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성적에 맞춰 경제학과로 결정한 것이다. 이양은 "부모님의 권유도 있고, 아무래도 국문학과보다 경제학과를 졸업하면 취직이 잘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사실 대학과 학과 선택에 있어 '성적'를 잣대로 삼는 수험생들이 많다. 하지만 장래를 생각한다면 성적보다는 적성과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고도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휴학과 중퇴를 하거나 다시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적성을 탐색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청구고 박영식 교사는 "지금의 인기학과나 선호학과를 선택하기보다는 적어도 10년 뒤를 생각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심리학과의 경우 10여년 전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사회가 다변화된 요즘엔 각광받는 학과가 됐다"고 말했다.

적성과 관심 분야를 아는 데는 표준화된 심리검사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검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 검사 결과와 함께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였을 때 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지, 자신에게 숨겨진 능력과 성향은 어떤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현명한 진로 선택은 사회적인 성공만을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내 진로에 대해 얼마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단순히 의사나 변호사, 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어떤 삶을 사는 의사나 변호사, 교사가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진학정보를 찾아라

진로를 결정했다면 합격 전략을 짜야 한다. 성공적인 전략 마련의 기본은 정보 수집이다. 요즘 입시처럼 대학·학과별 전형이 복잡한 경우에는 정확한 진학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고, 이를 잘 분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릴 수 있다. 담임이나 진학담당 교사와 함께 지원 대학·학과별 전형요소를 자신의 역량과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또 해당 학과나 그 전공을 살린 직업이 체력이나 체중 등 신체적 요건을 요구하는 경우는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 수준, 종교, 거주지 등도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무시해서는 안 될 요소들이다. 친지나 선배 등을 통해 자신의 희망하는 대학 및 학과, 그리고 직업에 대한 특징 등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진로설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진학지도 전문가들은 3단계론에 따라 진로를 설계할 것을 권유한다. 첫번째는 '자신을 알아가는 단계'. 내가 잘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내가 직업과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방해되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희망하고 있는 직업 목록을 만들고 가능한 한 희망직업 목록을 확장시키면서 자신의 관심 정도를 알아본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적성과 흥미, 가치관에 맞지 않는 희망직업을 하나 둘 지워나가면서 최적의 직업을 찾아내도록 한다.

두번째는 '선택 가능한 진로를 탐색하는 단계'이다. 앞 단계에서 선별된 직업을 중심으로 향후 직업 전망과 수행직무, 요구되는 교육수준이나 훈련·자격 요건,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과 교육기관 등을 조사해야 한다.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려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마지막은 '목표를 세우고 행동을 하는 단계'. 대학 진학을 위한 계획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현재 성적과 향후 자기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진학 가능한 학과와 대학 리스트를 선별해야 한다. 그런 뒤 각 대학의 입시전형을 분석, 입시 전략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학(학과) 선택 때 이런 점 유의해야

지원하려는 대학에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수집해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각 대학의 입시 요강이나 요람을 살펴봐야 한다. 대학의 학과별 홈페이지를 살펴보거나 대학별 설명회에 참가해 이런 정보에 관심을 가져보자. 해당 대학의 학사운영 과정과 교수진을 알아보는 것뿐 아니라 외국 대학과의 협력 프로그램, 인턴십 프로그램 등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또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학과의 전공에 풍부한 선택과목과 경쟁력 있는 부전공이 설정돼 있는지도 확인하자. 이는 졸업 후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학금이나 도서관 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지, 기숙사, 학생회관, 통학버스 등 학생복지시설이 적절히 확보돼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의 정보를 공시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교육개발원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들어가면 다양한 정보를 대학별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희망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있다면 반드시 학과별 홈페이지에 들어가 커리큘럼 등을 확인해 적성과 맞는 학과인지 알아보고, 대학알리미를 통해선 취업률, 장학금 등 여러 정보를 종합 분석해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대학 선택 가이드

*적성과 흥미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라.

*성적에 따라 대학(학과)을 결정하지 말라.

*큰 대학, 일류 대학이 반드시 좋은 대학은 아니다.

*대학 진학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면 충분한 준비 후에 진학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현재 인기 있는 학과가 졸업 후에도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대학 진학이 삶의 모든 부분이라 생각하지 말라. 진학에 실패한 사람도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부모와 교사의 의견도 함께 존중하라.

*수도권 대학만을 고집하지 말라.

*대학보다 전공을 우선적인 선택 기준으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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