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가 지망생 5인의 '불협화음'

갤러리 분도 '캐코포니'전

도명진 작
도명진 작 'Pink Tree'
안동일 작
안동일 작 'Flowing'

갤러리 분도는 다음달 2일부터 15일까지 '캐코포니(Cacophony) V'라는 제목의 전시를 연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제5회 불협화음전. 캐코포니는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을 뜻한다. 분도는 매년 20대 젊은 작가를 세상에 알리는 전시를 열고 있고,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이번 캐코포니에는 미술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 지망생 5명의 신선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분도 측은 지난해 말부터 참여 작가와 함께 수차례 기획 회의를 통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아직 서툴지만 톡톡 튀는 발상과 상업성에 물들지 않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실험 정신이 가득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은 존재와 소통이라는 주제에 대해 독창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대구미술광장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안동일은 영남대 동양화과 출신으로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이번에 선 보인 작품 '플로잉'(Flowing)은 마치 정밀한 기계나 로봇의 설계도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건조 중인 배와 크레인이 가득한 조선소의 풍경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풍경임을 알 수 있다. 한지 위에 세밀하게 표현된 검은 선들은 무미건조하다. 검은 선의 크레인과 배 사이를 붉고 푸르고 노란 색 선들이 마치 흐르듯이 지나간다. 막힌 듯 보이는 공간을 넘나드는 사람과 시간의 흐름이다.

계명대 서양학과 출신으로 대구미술광장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안유진은 독특한 작품을 내놓았다. 전시장 바닥에 솜뭉치로 제작된 긴 통로를 설치해 놓고 '저쪽에서 만나요'라는 제목을 붙였다. 관람자들이 그것을 힘겹게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신체적·심리적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작품. 경북대 한국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 다니는 장미는 '썬 라이트'를 선보인다.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때가 꼬질꼬질한 허름한 지붕. 그 아래 판자를 덧붙인 듯 허술하게 지어진 네모난 공간. 작가는 비록 허술하지만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물체에 포커스를 맞춘 설치 작업 '썬 라이트'를 통해 연약하지만 강인한 내면을 지닌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대구대 회화과 출신 도명진은 '핑크 트리', 즉 분홍색 나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얼핏 나뭇잎 같기도 하고 불꽃 모양을 형상화한 듯한 형형색색의 조각들이 바닥과 벽면에 붙어있다. 자연을 해치는 인간의 무모함을 꼬집는 작품이다. 올해 대구대 회화과를 졸업한 안나리는 전시장 벽에 여러 색 테이프와 종이로 삼각형의 산과 글씨를 중첩시켜 이미지와 텍스트를 조합한 '산'을 출품했다. 높은 곳을 지향하는 인간의 이상을 '숨은그림찾기' 같은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

갤러리 분도의 정수진 큐레이터는 "현대 음악에 의도적으로 도입되는 캐코포니는 신예 작가들의 개성적인 작품들이 한 공간, 한 시간에서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언젠가는 완벽한 화음으로 조화를 이룰 가능성을 제시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며, 결코 타성에 젖지 않고 현재의 신선한 감각과 순수함을 간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053)426-561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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