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관계가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변화되고 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에 다녀 온 박 전 대표가 16일 청와대를 방문하자 이 대통령은 특사단을 95분간 맞으면서 43분 동안 박 전 대표와 배석자 없이 따로 만났다. 박 전 대표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였다.
청와대 회동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은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다. 박 전 대표는 아예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이미 국정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관계가 설정됐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주요 현안들을 유력한 정치인인 박 전 대표와 상의하고 협조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회동 결과에 만족해 했다. 지금까지의 미묘한 경쟁 관계를 털어버리고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데 동의한 게 아니냐란 정가의 분석이 나온다.
껄끄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된 것은 이 대통령이 자신감을 회복한 데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이 친서민 행보와 중도실용정책을 본격화한 뒤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지지기반이 확고해지자 '광폭 정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원칙주의자에서 포용주의자로 유연해진 모습이다. 정몽준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하고, 조만간 회동해 협조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친이-친박 갈등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갈등한 적 없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탄탄대로'를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경우 친이계와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내년 선거 지원을 요청했느냐 여부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그런 요청을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문제는 이 요청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응이다. 종전 선거처럼 친박계만 차별화해 지원할 경우 친이계와 다시 서먹한 관계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재오 전 의원이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돕겠다"고 발언하는 등 친이-친박은 화해 모드이다. 이 때문에 정몽준 대표가 지원을 '정중히' 요청하면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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