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동서시장. 추석을 불과 10여일 앞두고도 경기침체 탓에 한산한 이곳에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인근 아양중학교 학생 30여명이 전통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전통시장을 이용하자'는 피켓을 들고 어깨띠를 두르고 시장 곳곳을 누비며 손님들을 상대로 추석 준비를 위한 선물, 제수용품 등을 재래시장에서 구입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또 전통시장이 지역경제에 가지는 영향력과 대형마트와 비교분석한 물품 가격이 담긴 전단지를 나눠주며 재래시장 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아양중 학생들이 전통시장 살리기 운동에 나선 것은 학교에서 운영 중인 지역사회탐구교실에서 참여하고부터다. 학교 측은 세계적 경제위기와 동시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로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 방과 후 활동의 하나로 펼치고 있는 지역사회탐구교실에서 학교 인근 동서시장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연구·체험하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후 학생들은 한 달여 동안 동서시장 상인과 이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전통시장의 역사 및 가치, 가격조사 및 대형마트와 비교분석 등을 했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도 머리를 모았다.
수업은 역사, 경제, 지리 등 분야별로 이뤄졌고, 이를 다시 통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전통시장이 처한 위기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토론도 활발하게 벌어졌다. '전통시장 문제는 시장 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사회적·지리적 의미와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수차례의 회의 끝에 결국 전통시장의 위기는 단순히 자유경쟁 체제하의 시장논리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사회연대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결론이 나오자 학생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교실밖에서 실천하기로 결심한 것. 우선 전통시장이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편리한 시장 이용을 돕기 위해 지도 제작에 나섰다. 이와 함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용 주민들의 불편사항 등을 분석, 정리하고 팸플릿을 제작해 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주며 홍보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2학년 김지나양은 "마트와 시장을 비교하기 위해 직접 물건을 구매하고 음식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며 "그러는 사이 전통시장이 가지는 경제·사회적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고 전통시장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2학년 박정미양은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의미가 깊었다"며 "특히 우리를 환하게 맞아주는 상인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고 했다.
이 학교 김영기 교장은 "학생들이 직접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실밖에서 살아 숨쉬는 교육방법을 선택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고민과 실천을 통해 학교 인근의 전통시장이 더욱 번성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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