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무원 유관업무 재취업 엄격히 제한하라

퇴직 공무원이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를 사기업의 이익에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퇴직 후 취업 제한 규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취업 적격심사를 신청한 퇴직 공무원 908명 중 96%인 876명이 취업 승인을 받았다. 취업 제한에 걸린 경우는 4%(32명)에 불과했다. 취업 적격 심사는 있으나마나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고위 공무원일수록 취업 적격 심사 통과율이 높다는 점이다. 취업 심사를 통과한 공무원 중 84%(734명)가 4급(서기관) 이상 고위직이었다. 특히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 103명과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20명 전원이 4급 이상이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3년간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본금 50억 원 이상, 연매출 150억 원 이상인 기업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규정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가 특정 기업의 이익에 이용되거나 사기업이 취업 자리를 미끼로 공무원에게 부당한 일처리를 청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실제 취업 심사에서는 갖은 핑계를 받아들여 재취업 승인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사기업 취업 심사가 요식행위가 되고 있는 것은 공직사회의 제 식구 감싸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무원을 이용한 로비 없이는 기업 활동이 어려운 사회는 희망이 없다. 퇴직한 고위 공직자가 관련 사기업에 대부분 취업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 어떤지를 말해준다. 공무원의 유관 업무 재취업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부패로부터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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