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들께 '따뜻한 밥 한그릇'이 孝의 기본이죠"

이웃 참사랑의 집 무료급식소

▲지난달 25일 열린 이웃 참사랑의 집 경로잔치에서 어르신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이웃 참사랑의 집 경로잔치에서 어르신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르신 경로잔치에서 봉사활동을 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
▲어르신 경로잔치에서 봉사활동을 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

대구 평리4동 막창골목에 가면 '막창처녀 난리났네'란 식당이 있다. 식당 이름도 재미있지만 이 식당이 유명세를 타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98년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급식 행사를 여는 등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을 위해 온정을 전달하는 사랑이 넘치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 식당에서 효도급식을 하는 '이웃 참사랑의 집 무료급식소'는 매주 화~토요일 다섯 차례에 걸쳐 점심시간에 효도급식 행사를 열고 있다. 밥과 김치, 국을 마련해 적을 때는 50명, 많을 때엔 80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에게 정성을 다해 점심을 대접한다.

이 무료급식소를 차린 사람은 부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성(63) 소장. 오토바이에 앰프를 달고 트로트 가요를 울리며 다닌다고 해서 '뽕짝 아저씨'란 별명을 지녔던 김 소장은 포장마차와 꼬치구이 행상을 했었다. 고단한 생활이지만 뜻한 바 있어 20년 전부터 복지시설에 위문품을 전달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94년 추석 무렵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경로잔치를 열었다. 꼬치를 팔기 위해 돼지고기 공장에 들렀을 때 가공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를 얻어 이웃 노인들에게 대접하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경로잔치의 시작이었다. 당시 그 회사 사장이 질 좋은 돼지고기를 선뜻 좋은 일에 쓰라며 내줘 김 소장은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김 소장은 막창 식당을 연 후 주 5회 효도급식 행사를 갖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월 1회씩 열고 있다. 봉사활동 2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5일엔 평리4동 신천지회관 주차장에서 경로잔치를 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어르신 500여명이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밥과 국, 반찬 등은 물론 떡과 과일, 음료수, 술을 대접하고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까지 어우러져 3시간 넘는 동안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는 것.

김 소장은 "월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피해자까지 돼 살림은 빠듯하지만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주위 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 소장의 부인은 남편의 봉사활동을 적극 뒷바라지하고 있다.

효도급식, 경로잔치 외에도 김 소장이 소장으로 있는 무료급식소는 10년 동안 봄, 가을 연중 두 차례 효도관광도 하고 있다. 어르신 90여명을 비롯한 자원봉사자까지 모두 100여명이 참가하는 효도관광을 통해 청와대와 경주, 문경 등을 다녀왔다는 것. 김 소장은 "비록 월 16만원짜리 월세방에 살지만 봉사를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잘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김 소장이 어르신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 때문. 문경이 고향인 김소장은 10대 때 부모님과 사별했다. 월남에서 돌아온 후 시멘트회사에 다닌 김 소장은 강원도 동해와 부산에서 직장 생활하며 돈을 모아 70년대 중반 아파트가 두채일 정도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모든 재산을 날려버리고 대구에 정착해 철공소를 운영하다 화재가 나 거의 알거지가 되다시피 했다. 호구지책으로 나선 일이 꼬치행상이었고 그 이후 막창 식당을 차렸다는 것이다.

무료급식소가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적극 펼칠 수 있는 데엔 김 소장 부부의 노력과 함께 올곧게 사랑을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의 뒷바라지가 있기에 가능하다. 천마로타리클럽 회원들은 대형 냉장고 2대 등을 기증했고 한국부인회 서구지회는 식탁을 새것으로 교체해준 것은 물론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삼원회수산에서는 여러 가지 물품을 지원하고 박후자 키토웰 본사 국장은 음식자재 운반 등 기사 역할과 함께 후원자 역할도 하고 있다. 열린음악예술봉사단은 10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공연을 하고 있다.

또한 구미유성농장에서는 계란, 성서 부산어묵은 어묵을 각각 후원하고 있으며 켐프스'푸드델 급식업체에서는 밥과 반찬을 지원하고 있다. 북구 매천동 중앙청과'원예농협 과일부 상인들을 비롯한 많은 상인들이 무료급식소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북구 노원동 자모식품은 두부를, 서구 이현동 던킨도너츠에서는 빵을, 서울우유 내당대리점에서는 음료를 각각 보내오고 있다. 은하사진관은 사진 촬영 봉사를 하고 있다. 지홍기 영남대 교수와 롯데건설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 소장이 고대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무료급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해 더 많은 어르신에게 효도급식을 하는 것과 함께 음식자재를 운반할 수 있는 중고차를 확보하는 것이다. "식당 공간이 좁아 일부 어르신들은 앉아서 점심을 드시지 못하고 밥과 반찬을 받아 댁에 가셔서 식사를 하는 등 불편이 많지요. 또 차량이 없어 식자재를 운반하는데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이 두 가지만 해결된다면 더욱 많은 어르신들에게 따스한 온정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