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청통면 계포마을의 한 우물은 40여년만에 말랐다.지난여름 턱없이 적은 비가 내린 때문이다. 경남 합천군 합천읍 외곡리는 웬만히 가물어도 깊은 산속에서 퍼 오는 수돗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지만 이번 여름과 추석에는 제한급수를 받아야만 했다.
대구경북은 지난봄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지난해 8 ,9월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었기 때문. 하지만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8, 9월 단 1개의 태풍도 한반도를 지나지 않았고 10월에도 태풍의 영향이 없을 전망이어서 가을 가뭄에 이어 겨울과 내년 봄으로 이어지는 기간에 극심한 가뭄을 겪을 전망이다. 영남지역 경우 8월 이후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30% 이하로 떨어져 낙동강수계 댐의 저수율이 45.6%로 떨어져 다른 지역보다 가을 가뭄이 심각한 것.
8, 9월 대구, 구미, 안동, 포항 지역 강수량은 지난해 210㎜에서 260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안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절반 수준의 강우량에 그쳤다.
게다가 안동·임하 등 대구경북의 식수와 농공업용수를 떠받치고 있는 대형 댐의 저수율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가을 이후 눈비가 적을 전망인데다 의성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의 크고 작은 저수지 저수율은 예년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 의성 경우 5일 현재 지역의 크고 작은 저수지의 저수율은 69.3%로 작년 77.1%. 평년 81.2%에 비해 크게 낮은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가을 가뭄으로 농민들은 무, 배추 등 가을 채소의 정상생육이 어려운 상황이며 마늘과 양파증식으로 수분이 부족, 생육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영덕군과 봉화군 등 주산지마다 가을송이 공판을 시작했지만 채취량이 워낙 적어 농민들이 울상. 전국 최대 송이 생산지 중 하나인 울진군은 송이 생산량이 아예 없어 지금까지 한번도 공판을 못하고 있다.
의성 사곡면의 농민 김모(66)씨는 "작년 가을 마늘 파종 이후부터 봄까지 가뭄이 지속되면서 올해 마늘 생산량이 30% 정도 감소했다"면서"지금 추세라면 올겨울, 내년봄 가뭄이 더욱 극심할 것으로 보여 정부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지난봄 상습 가뭄지역 주민들의 대한 식수 문제는 올 연말까지 모두 완료할 계획이지만, 동부지역의 농업용수 문제는 11월까지 강우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 경북도와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희대·엄재진·한윤조기자
◇영남권 주요 댐 저수율(10월 6일기준, %)
2007년 2008년 2009년
안동댐 69.2 47.5 47.5
임하댐 57.6 35.5 48.8
합천댐 87.9 30.3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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