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데스크를 맡기 전까지 대구시와 경상북도 업무를 차례로 맡았다. 기자 사회에서는 시와 도를 출입했다고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한 뿌리이지만, 두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예산 편성'집행 등 업무에서부터 공무원들의 민원인 응대 태도까지 차이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구는 좁은 공간에 사는 많은 시민에게서 직접적인 감시를 받다 보니 매사 여유가 없는 편이고, 경북은 독립된 23개 시군을 거느리는 특성상 다소 융통성이 있어 보인다. 이 때문인지 시도 모두 관련있는 사람들은 "대구시 공무원들은 빤지레해 정이 가지 않지만, 경북도 공무원들은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난다"고 평가한다.
기자는 김관용 지사를 비롯해 경북도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경북도가 대구시에 많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경북이 분명 큰 집이기에 힘이 부족한 대구를 도와야 한다는 논리였다.
경제적으로 보면 대구는 1999년 달성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무산 이후 나락(?)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대구에 36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산업단지가 승인'지정된 것만 봐도 대구의 경제적인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경북은 구미를 중심으로 국가산업 1~5단지 조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경제적인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구미와 포항에 부품소재 전용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경북도의 양보 덕분인지, 대구시는 최근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동구 대구혁신도시 부지에 유치할 수 있었다.
또한 대구시와 경북도는 민선 4기 체제에서 김관용 지사와 김범일 시장이 '호형호제'하면서 서로 돕고 있다. 김 지사는 내년 민선 5기 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구시와 동반자가 되겠다는 뜻을 넌지시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시도 자치단체장에 대한 지역내 평가는 엇갈려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듯이 김 시장은 김 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론 주도층인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할 경우 김 시장은 김 지사보다 더 나쁜 점수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김범일 시장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김 지사와 경북도에게서 배울 것은 배우라는 것이다.
단적으로, 김 시장은 자신의 장점을 단점으로 인해 까먹지 말라는 것이다. 김 시장은 중앙부처에서 근무한 이력이 대변하듯 두루 업무 능력을 갖춘 분이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대구의 객관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김 시장이 보인 순발력 등은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김 시장은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신의에 관한 것이다. 김 시장, 즉 대구시의 업무 추진을 보면서 여러 차례 상황에 따른 '말 바꾸기'를 경험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선임, 대구시내 군부대 이전 문제 제기, 대구스타디움 인근 '워터파크' 유치, 대구시민야구장 이전 협의 등의 과정에서 말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김 시장은 대구의 미래 발전을 위해 판단을 달리한 것이겠지만, 이는 조직(기관, 단체나 기업) 대 조직의 문제로 볼 때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는 인간, 조직관계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경북도 공무원들은 이를 대놓고 얘기한다. "대구시장이 겉으로는 도지사에게 형님, 형님 하지만 혼자 실속을 챙기고 있다. 서로 협의한 업무 내용을 일방적으로 시 기자실에서 브리핑, 자랑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요즘은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것도 김 시장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에서 김 시장의 고향인 '예천'과 '출신 고교' 인맥은 성골로 통한다. 김 시장 관련, 종교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비판에 김 시장 측은 내년 선거를 겨냥, 시민들을 상대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자치단체장이 '정책' 대결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시장 측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시정 운영'에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시장은 여론 주도층이 왜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느냐에 대해 고심해보길 바란다.
김교성 사회부장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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