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牛) 바위가 앓고 있다. 수성구 시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즐겨 찾는 등산로가 있다. 바로 욱수골이다. 지금은 주변이 개발되어 봉암(鳳岩)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콘크리트 포장길로 변해 있다. 하지만 30여년 전만 해도 그 길은 나무꾼들이 다녔던 좁은 산길이었고 경산군 고산면에서 달성군 가창면으로 걸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기도 했다.
욱수골로 통하는 봉암 계곡은 한때 지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겨울 땔감의 주산지였다. 1960년대 경산군 고산면이었던 지금의 욱수골은 그 당시 고산면에 거주하는 시골 농부들이 농한기인 겨울에 지게를 지고 땔감을 구하러 다녔던 보물 단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 봉암 계곡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지닌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있다. 봉황이 내려 와 앉았다는 봉암(鳳岩), 다섯 개의 둥근 바위가 공깃돌처럼 오롯이 앉아 있었다는 반돌(공깃돌)바위, 가파른 고갯길 양쪽에 촛대처럼 서 있었던 아리랑 바위, 그리고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는 소바위다. 욱수지가 조성되면서 반돌 바위와 아리랑 바위의 자취는 사라지고 다행히 봉바위와 소바위는 아직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옛날, 욱수골 인근에 사는 농부가 산에 방목하며 기르던 소 두 마리가 바위 위에 올라가 싸움을 하다가 함께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소바위는 덕원고를 지나 욱수동 공설 주차장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500m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늠름하게 버티고 서 있다. 소 바위는 한때 나무꾼들이 봉암 골짜기에서 집채만한 나뭇짐을 지고 오다가 유일하게 땀을 식히며 쉬어 갈수 있는 휴식 공간이기도 했다.
주변의 대단위 개발에도 불구하고 봉암과 함께 다행히 잘 보존되고 있다던 소바위가 요즈음 들어 암벽타기 등으로 이용돼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 암벽 등반 동호인들이 소바위에 매달려 암벽 타기를 하고 있었다. 소바위 꼭대기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에는 등산용 로프가 묶여져 있었고 바위 표면에는 암벽을 타기 위한 앵커와 자일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자연을 보존해야 할 주민들에 의해 우람한 소바위에 상처가 나고 훼손되고 있었다. 인근에서 산책을 나왔다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남강식(57·수성구 욱수동)씨는 "지역민들에 의해 잘 보존되고 지켜져야 할 자연물들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고 시달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인근에 있는 두꺼비의 산란처인 망월지와 함께 소바위도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명준시민기자 imj33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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