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I ♥ NY.'
미국 뉴욕의 한인축제가 27년째 뿌리를 내리며 최대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1982년 한국 교민 수천명이 모여 추석 명절 기분을 내기 위해 시작한 조촐한 축제는 10회째에 이르러 2만여명이 모이고 또 10여년이 지나서는 20만명이 모이는 대축제가 된 것. 뉴욕 한인들의 모국 사랑과 청과협회 등 뉴욕 한인단체들과 국내 후원회 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뤄낸 값진 결과다.
더불어 국민가수 조용필, 나훈아, 이미자 등이 뉴욕행사를 거쳐갔으며 최근에는 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신세대 최정상 걸그룹들이 초대가수로 등장해 뉴욕 한인들을 그러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지난달 26일과 27일 뉴욕 메츠 홈구장인 플러싱 시티 필드(Flushing City Field) 주차장에서 열린 뉴욕한인청과협회(회장 박종군) 주최 '제27회 뉴욕 추석맞이 민속대잔치' 역시 20만명 가까운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음에도 우리 한인들의 추석맞이 행사를 찾아와 볼거리, 먹을거리를 즐긴 것.
고국 농식품 박람회는 26일 첫날 물량이 동났다. 경북에서 12개 업체, 경남과 강원 8개 업체, 충남 6개 업체 등이 1만달러(1천여만원)의 후원금을 내며 들어왔는데 교포들이 몰려들어 젓갈류, 배추김치, 고춧가루, 특산과일, 된장, 고추장 등을 모두 사간 것. 행사순서에는 씨름대회도 있었으며 국기원 태권도 공연, 뉴욕 한국국악원 공연, 뉴욕 한가위의 밤 등 한국 추석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대구에서 온 매일신문 기자의 눈에도 흐뭇한 한가위 행사였다.
◆'똘똘 뭉쳐 더 잘살자'
뉴욕에는 한인회도 있지만 청과협회가 이 행사를 주최하는 건 뉴욕 이민 초창기 우리 민족의 밥줄이자 삶의 터전이 됐던 일터가 바로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청과협회이기 때문. 단돈 몇푼 들고 미국 제1의 도시 뉴욕으로 들어온 한인 1세대들이 뉴욕 외곽에 위치한 이곳 청과시장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돈을 모으고 뉴욕 사회에 차츰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다. 또 한인이 이곳 시장을 거의 장악한 적도 있다.
청과협회는 우리 한인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시장이었기에 뉴욕 추석맞이 행사의 중심에 설 수 있었고 이후로도 뉴욕 한인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박종군 회장은 "50만 뉴욕 동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행사가 바로 이 추석맞이 행사"라며 "우리 민족은 더이상 뉴욕의 이방인이 아닌 미주류사회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하용화 뉴욕한인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추석맞이 대잔치가 코리아 퍼레이드와 함께 뉴욕 한인들의 최대행사로 자리매김한 것은 청과인 특유의 저력과 끈기로 모두가 일치 단결해왔기 때문"이라고 축사를 했다.
한인청과협회는 1970년대 초 뉴욕 이민한인사회가 형성되면서 청과물업계 종사자 30여명이 권익옹호와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1973년 설립됐으며, 미국 동부지역 한인사회의 최대단체로 성장했다. 이곳 청과협회 회원들 중에는 대구·경북 출신들도 수십여명에 달했으며 재산이 수백달러(수십억원)에서 수천달러(수백억원)에 달하는 재력가들도 많았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이 행사 역시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인들이 각자 열심히 살면서도 서로 돕고 격려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풍요롭게 살아보자는 다짐인 셈이다.
◆뉴욕 블룸버그 시장도 참석
이번 뉴욕 행사는 한인들의 달라진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뉴욕 일대에 사는 한인들만 50만명. 이쯤 되면 뉴욕시장도 당연히 참석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올해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비롯해 감사원장이 확실시되는 중국계 존 리우 감사원장 후보, 뉴욕 시의원 예비선거(19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한 케빈 킴 등 고위 선출직과 한인 밀집지역 시의원 후보들이 대거 참석했다.
뉴욕한인청과협회 김영윤 준비위원장은 "이 행사는 한인2세들은 물론 현지 미국인들에게까지 흥미로운 행사"라며 "이렇듯 거물급 정치인들이 직접 참석해 지지를 호소할 만큼 한인의 파워가 커진 방증"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많았다. 뉴욕 한인 집단거주지 플러싱에 위치한 대표적 한식당인 '금강산'은 한식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취지로 수백명이 먹을 수 있는 초대형 비빔밥을 만들어 참석자들을 무료로 대접했다.
이 밖에도 코리안 체스(장기), 제기차기, 팽이돌리기, 김치담그기, 남북 문화공연, 씨름대회 등도 한국적인 추석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했으며 안중근 의사 박물관에 전시할 손도장 찍기 행사도 큰 호응을 받았다.
◆한국 톱 연예인들 총출동 '들썩'
도동환 민족문화영상협회장이 17년 전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뉴욕 추석맞이 민속대잔치는 연예인 공연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떠올랐다. 도 협회장은 영화판에서 갈고닦은 탁월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국내 톱가수·연예인들을 대거 뉴욕으로 불러들였다. 이는 뉴욕 모든 한인들에게 '그럼 나도 국민가수를 보러 한번 가봐야지'라는 반응을 일으키며 10만~20만명이 참석하는 대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연예인 섭외는 도 협회장이 맡아오다 6, 7년 전부터는 윤정남 전 뉴욕한인청과협회장이 전담하고 있다.
1~10회 행사까지는 뉴욕 현지의 아마추어 가수들이나 한국에서 극소수의 가수들만이 초청받았으나 11회 이후에는 김세레나, 인순이, 박일준, 현철, 태진아, 송대관 등이 등장했으며 국민가수급인 조용필, 나훈아, 이미자, 김건모 등도 뉴욕 무대에 올랐다. 또 당시 한인 2세들이 좋아했던 HOT, 핑클, 신화, 베이비복스 등도 뉴욕 현지 공연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는 미국에 기획사를 차려놓고 현지 진출을 노리는 가수 및 기획자인 박진영과 그가 키우는 국민 걸그룹 가수 '원더걸스'가 무대를 달궜다. 무려 25만명이 몰려 '원더걸스'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올해에는 역시 같은 톱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공연 피날레를 장식했으며, 2인조 남성 힙합 듀오 리쌍과 가수 왁스, 양혜승, 임주리,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민요가수 조성자 등이 무대에 올랐다.
미국 뉴욕에서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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