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값 무려 "300억"…대구서 초대형 전시회

25일까지 문예회관서 대구 근대미술 재조명

그림값만 3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전시회가 15~2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준비 사업으로 열리는 '대구의 근대미술전'이 화제의 전시회.

희소가치 때문에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개인 소장가들에게 빌려온 이번 전시 작품들은 보험가액을 기준으로 할 때 최소 220억원. 실거래가로 따졌을 때 3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아트페어를 제외한 개별 전시회로는 지금까지 대구에서 열린 최고가액 전시회인 셈.

하지만 실제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그림 가격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간 서울의 중앙 미술계는 '과연 대구의 근대 미술이 있는냐?'며 의문을 표시해왔고, 이번 전시는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는 자리이기 때문.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석재 서병오와 교남시서화연구회의 활동상을 중심으로 한 대구의 서화 전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 근대미술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꼽히는 '영과회'와 '향토회'의 창립과 작품 활동을 통해 뚜렷한 작가의식과 이념을 가진 단체가 대구에서 자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향토회는 대구 구상미술의 모태이며 영과회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 운동과 정치적 문화의식을 띤 경향파 미술운동의 선구적인 사례다.

아울러 1950년대 전반부터 추상화 과정을 보여준 정점식의 초기 추상화, 장석수의 최초 추상표현주의 작품들이 지닌 미술사적 의의는 중앙 학계의 차원으로 논의를 확대해 제대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최초의 서양화 전시가 서울·평양 등과 달리 수채화로 시작했다는 점은 대구 서양화단의 특징이다. 이인성이 절정기에 그린 대표작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대여받아 전시하며, 후속 세대인 김수명의 미공개 작품들도 처음 공개된다. 근대미술 전체를 통틀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이쾌대의 특별전을 통해 보험가액만 70억원대에 이르는 '군상' 시리즈 등을 20년 만에 대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책임큐레이터 김영동씨는 "아직도 정당한 평가 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채 잊혀진 많은 초기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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