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세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96세 송복만 할머니

대구 '최고령 직장인' 달서시니어클럽 송복만 할머니

96세 송복만 할머니가 대구 달서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에서 지우개를 포장하고 있다. 송 할머니는 대구에서 일하는 최고령 할머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96세 송복만 할머니가 대구 달서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에서 지우개를 포장하고 있다. 송 할머니는 대구에서 일하는 최고령 할머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하루 6시간 일하기 위해 26㎞를 이동하는 96세 할머니가 있다. 대구 북구 칠곡2지구 집에서 작업장이 있는 달서구 이곡동 성서공단역까지 거리는 13㎞. 자가용으로도 40분이 넘는 거리다. 온종일 일해 버는 돈은 채 1만원이 안 되지만 할머니는 일을 마다않는다. 이동시간만 하더라도 피곤에 절어 쓰러지기 십상일 것 같지만 지나친 걱정이다. 구순이 넘은 송복만(1914년 8월생) 할머니는 "그래도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싱글벙글이다.

할머니를 만난 곳은 이곡동 밤못샛길 모퉁이. 대구지하철 성서공단역 남쪽에 자리 잡은 '한마음 한손'은 가정복지회 대구달서시니어클럽의 공동작업장이다. 19일 오전 지우개 껍질 씌우기에 한창인 할머니는 지난달 15일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65세 어르신이 가장 어리다. 평균 나이 72세 정도. 할머니의 셋째 딸 연배다.

백발이 성성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할머니는 정정했다.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40명의 어르신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착용한 게 나이든 티다. 송 할머니는 라이터 크기만한 지우개를 하루 600개씩 싼다. 집중력이 높지 않으면 불량이 나기 쉬운 일이다. 무른 껍질로 지우개를 싸려면 미세한 마감질이 생명. 껍질이 구겨져선 안 된다.

할머니 옆에 앉아 1시간 가까이 함께 일했다. 쉬이 봤다가 낭패를 봤다. 여간 어깨가 쑤시는 게 아니다. 할머니는 그 와중에 허리 아프다는 말 한 번 없다. 아들뻘 어르신들도 별말 없이 일에 열중한다.

이곳은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 토요일은 오후 1시까지 작업한다. 철저한 개인능력제. 한달에 45만원까지 버는 어르신도 있다. 장래원(76) 사업부장은 "송 할머니도 20만원 남짓 벌 것 같다"고 귀띔했다. 80년 가까이 농사를 짓다 할아버지가 작고한 뒤 손자들을 키워온 할머니에게 사실상 월급은 처음.

송 할머니는 "시간도 잘 가고 손자에게 용돈을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다만 젊은 사람들(함께 일하는 어르신들을 지칭)과 공동작업을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공동작업은 작업 뒤 청소를 말한다.

58세의 딸이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매일 이곳으로 향하는 할머니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 써주니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가 별로 없거든요. 말이 노인이지 노인이 아니거든요. 일자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나도 눈치를 덜 보지요."

송 할머니는 100세 넘게까지 일하고 싶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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