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여년 전 중앙아시아 최대의 요충지이자 동서양의 관문인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는 고구려의 흔적이 있다. 바로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에 그려진 고구려 사신이다. 640년에서 660년 사이, 즉 고구려와 당나라의 대립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고구려가 당나라 중심의 일원적 세계질서를 원하는 당나라에 대항한 역사적 증거다.
31일 오후 8시에 방영되는 KBS1 TV '역사스페셜-연개소문은 왜 투르크에 사신을 보냈나' 편에서는 고구려인의 자취가 선명하게 새겨진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벽화를 통해 당과 아시아 전체 패권을 다툰 고구려의 외교술을 조명해 본다.
투르크는 6세기 중반부터 8세기 중반까지 북방 초원을 장악해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던 유목 민족으로 지금은 터키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르크를 한자로 음차한 '돌궐'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 머나먼 사마르칸트까지 간 고구려 사신들의 임무는 무엇이었을까. 661년 제 2차 고·당 전쟁 중 돌궐의 한 부족 철륵이 고구려와 전쟁 중인 중국 본토를 공격했다. 이에 당나라의 일부 군대가 급히 본토로 돌아가고 고구려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바로 이러한 철륵의 움직임 뒤에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의 고구려 사신들의 역할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고구려는 당나라를 피해 북방 유목 민족들과의 접촉을 위해 밀사 형태로 사신을 파견해야 했다. 벽화 속의 고구려 사신들은 동맹 상대를 구하기 위해 북방 유목 민족들을 순방하면서 사마르칸트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사진은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복원한 아프라시압 궁전벽화.
최병고기자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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