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내버스 준공영제 새판짜기](중)통제불가 버스조합

돈만 꼬박꼬박… 市정책 "난 몰라"

대구시는 2006년 준공영제 이후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버스조합이 시 정책에 대해 시큰둥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어려운 시 재정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노선 개선 및 서비스 향상에 나서고 있지만 버스조합은 '공익'은 도외시하는 측면이 크다"며 "준공영제 정착을 위해선 사업주로 구성된 버스조합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돈은 챙기고 수익금 관리는 불투명

버스조합이 올 들어 시민들로부터 결행과 도중 회차, 노선 단축 등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고발된 것은 무려 3천834건. 하루 평균 10여건 이상의 불편 사항이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접수된 불법 사항 중 확인 절차를 거쳐 사업주 등에게 369건의 과징금을 물렸으며 809건에 대해서는 경고·주의 처분을 내렸다"며 "처우 개선 이후 버스 기사들의 친절도는 상당히 좋아졌지만 사업주들의 '책임 의식'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버스조합은 꼬박꼬박 시의 재정 지원금을 받아 챙기면서도 수익금 관리는 투명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버스조합은 수익금공동관리지침상 수입금 공동 계정에 적립해야 할 광고 수입금 2억원을 약속 기간 한달이 넘도록 입금하지 않고 있다.

분기별로 4억5천만원씩 18억원을 적립해야 하지만 4/4분기에 입금해야 할 4억5천만원 중 2억5천만원만 낸 상태다. 시는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 입금을 독촉했지만 조합은 "아직 대금을 전부 받지 못했다"며 미루고 있다. 이 같은 버스조합의 행태는 준공영제 시행 후 지난 3년간 상습적으로 거듭됐다.

시 관계자는 "운수사업법 위반 등 중대 과실에 대해 과징금 100만원을 부과하던 것을 버스 6대를 50일간 운행정지시키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수입금공동관리지침 위반도 적정이윤 차감 등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 정책보다 조합 이익이 우선

'신교통카드' 사업도 버스조합의 비협조로 '반쪽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시는 내년 1월부터 버스와 지하철, 주차장 등에 신교통 카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버스조합이 시 동의 없이 기존 교통카드 사업자인 카드넷과 2016년까지 카드 사용 연장 계약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 특히 카드넷이 법원에 신청한 '신교통카드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소송 당사자인 버스조합이 카드넷 편을 들어주면서 신교통카드 사업은 발목이 잡힌 상태다.

시는 "카드사업 연장 계약은 대구시와 교통카드 추진협의회 등의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조합 간부들이 사전 협의 없이 독단으로 추진했다"며 "카드넷이 버스 조합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시설물에 대한 권리도 함께 포기해 공익자산 수억원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연장 계약 당시 조합장인 최준 전 조합 이사장이 카드넷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사익을 위해 공익을 저버린 행위"라며 "최 전 이사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현재 교통카드 수수료가 3%(충전수수료 포함)를 넘지만 신교통카드를 도입하면 연간 20억원 정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정확한 승하차 시간 체크로 올 들어서만 480억원이 들어간 무료 환승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도 가능하다"고 했다.

◆시·조합 반목, 피해자는 시민

시와 버스조합 간 반목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세금으로 버스 지원금을 충당하고 해마다 지원 금액(올해 780억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조합이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수익금 공동 관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아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준공영제 이후 임금 협상과 서비스 개선, 노선 개편 등 대다수 업무를 시가 떠맡고 있지만 버스조합은 '돈'만 받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교통카드가 반쪽 사업이 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내년부터 시민들에게 교통카드 이용에 따른 불편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신교통카드사는 최근 대구도시철도 공사와 교통카드 시스템 공급 및 정산 운영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는 지하철에 신교통카드가 도입된다. 또 주차장과 유료도로 등과도 연내에 교통카드 공급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교통카드 사업자인 카드넷과 신교통카드사는 버스조합과 카드넷 간의 연장 계약을 둘러싼 시와의 갈등으로 교통카드 호환 사용에 대한 아무런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신교통카드사는 조합과의 카드 사용 계약이 되지 않으면 버스 개별회사와 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버스에서만 신교통카드가 사용될 경우 이용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신교통카드는 준공영제 재정 건전성뿐 아니라 정부의 교통카드 전국 호환 사업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며 개별 회사 간 이익 차원이 아니라 시민 전체를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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