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조두순 사건과 심신미약 감경

일명 '조두순 사건'은 우리를 두 번 경악하게 했다. 범죄의 잔혹함과 국민 정서와 일치하지 않은 감형이란 법원 판결로. 감형된 결정적 사유가 만취상태, 즉 법률적 용어로 '심신미약'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판결은 공감보다 분노와 좌절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 잔혹한 범죄자들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을 영미형법을 통해서 한번 이해해 보자. 영미형법에서는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뿐 아니라 그 범죄를 행하고자 하는 의도(동기)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간주한다. 여기서 심신미약이 범죄행위의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전은 심신미약을 '정신기능의 장애 때문에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정의한다. 따라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행한 범죄행위는 책임 부과가 어렵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즉 조두순 사건 판결의 핵심은 범행이 술로 인하여 범죄자의 의도 없이 행해졌을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그러나 과연 의도 없이 행동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고 실천에 옮긴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능력을 자유의지라 부른다. 영미형법도 이와 같이 인간을 이성에 근거하여 자유롭게 행동하는 존재, 즉 실천적 이성을 소유한 존재로 가정한다. 따라서 우리가 법을 위반할 수도 있지만, 자유의지로 인하여 위법한 행동을 억제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억제능력은 이성적 사고능력의 손상과 함께 손상되며, 그 결과 범죄행위를 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적 사고능력은 다양한 정신질환이나 마약, 술과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손상 또는 저하된다. 따라서 그러한 영향 하에서 발생하는 행동은 본인의 의지와 관련 없이 발생했다고 간주될 수 있다. 양형도 자연히 이런 상황에 준거하여 내려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영국의 몽유병 환자가 악몽을 꾸다 자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목 졸라 죽였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간주되어 영국법원이 무죄를 선언했다는 최근 보도가 좋은 예가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는 음주운전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어떠한 근거로 이렇게 엄격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가? 이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대다수 주들은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때의 심리상태가 아닌, 첫 잔을 마셨을 때의 심리상태로 결정한다. 즉 자신이 운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셨다면, 그 행위가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술을 마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범죄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범죄행위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인식하여야 하겠다.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