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서울에서 스웨덴 탐험가 스벤 헤딘(1865~1952)은 순종 황제(고종 황제라는 설도 있음)를 알현했다. 그는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황제의 차분하고 정연한 얼굴은 우울한 기운에 젖어있었다. 그가 천천히 위엄있는 모습으로 일어서면서 이별의 악수를 청했을 때 나를 향하던 슬픔과 외로움의 시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일제 침략을 받은 한국에 상당한 연민을 가졌던 것 같다.
가장 유명한 실크로드 탐험가이자 지리학자다. 1895년부터 1908년까지 세 차례 중앙아시아와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 누란(樓蘭'타림분지의 오아시스 국가)왕국의 유적을 발견했고 서역 남도(南道)를 고증했다. 장장 2만㎞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군도 그의 측량지도에 의존했다.
왜소한 체구에 약골로 태어났지만 오지 탐험에 대한 호기심이 유별났고, 베를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65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로 빛나는 업적을 쌓았지만 나치 독일과의 지나친 교류 때문에 종전 후 어용학자로 몰려 학계에서 쫓겨났다. 냉대 속에 1952년 오늘, 스톡홀름에서 죽었다. 친일파 논쟁에서 보듯 자신의 잘못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은 서양이라고 다를까.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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