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환타스틱 프렌즈' 발매 이승환

세월 흘러도 20대의 열정 그대

가수 이승환은 여전했다. 데뷔한 지 20년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음악을 만드는, 천생 뮤지션이다.

이승환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진화를 해 왔다. 발라드 가수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면서도 로커로 변신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다른 가수들이 흉내내기 힘든 폭발적인 공연을 통해 이승환 마니아들을 만들어 냈다

끊임없이 변화한 이승환이 이번엔 '환타스틱 프렌즈'(Hwantastic Friends)라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 음반을 내놨다. 자신이 부른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좋은 날 2' 등 신곡 2곡에 후배 가수들이 재해석한 이승환의 과거 히트곡 8곡이 실렸다.

이 앨범을 위해 클래지콰이, 김진표, 윈디시티, 윤도현, 아웃사이더, 윤건, 유희열, 조권, 웨일, 타이거JK 등 면면이 화려한 후배 가수들이 뭉쳤다. 그의 20년 음악 인생을 한장의 CD에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조금 맛을 본다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덜하다.

"회사에 '헌정'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고 했어요. 참여하는 가수들이 괜히 부담을 느낄까 봐서요. 이번 앨범은 나와 팬들에게 선물 같은 앨범입니다. 좋은 후배들이 참여해서 제 노래를 재해석해 줬으니까요. 전 이번 앨범을 내며 인세를 받지 않아요.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으로 돈을 벌고 싶지도 않고…."

가수들의 참여는 이승환이 직접 후배들에게 제안해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이승환과 절친한 가수지만 타이거JK처럼 직접적인 친분이 없는 뮤지션도 있다. 오로지 이승환의 음악세계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가수는 자신이 직접 선정한 이승환의 히트곡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편곡해 불렀다. 편곡 과정에 이승환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심장병'은 아웃사이더와 MC스나이버, 호란의 목소리를 통해 힙합곡으로 다시 태어났고 '텅 빈 마음'은 윈터플레이에 의해 탱고 사운드로 변신했다. 윈디시티는 '크리스마스에는'을 레게곡으로 만들었고, 윤도현과 피아, '노브레인'의 이성우, 김진표는 '붉은 낙타'를 더 강한 사운드의 록으로 변모시켰다.

"노래들의 변신에 만족합니다. 원곡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은데요. 참여한 가수들에게는 선물을 하나씩 했습니다. 저는 인세를 받지 않으니까 완전히 적자죠."

신곡 두곡은 데뷔 초기 이승환 스타일이 생각나게 하는 밝은 느낌의 노래다. 첫번째 트랙 '마이 페어 레이디'에는 탤런트 서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영화 '미스홍당무'와 드라마 '탐나는도다'를 통해 서우라는 연기자를 유심히 보다 이번 음반 작업을 함께 하게 됐다"는 게 이승환의 설명이다.

'좋은 날2'는 이승환의 히트곡인 '좋은 날'에서 제목을 차용했다. 그러나 새 '좋은 날'은 과거의 '좋은 날'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노래다.

"이 앨범을 내면서 제가 처음으로 '을' 입장이 됐습니다. 항상 제가 '갑'이었는데 말이죠. 제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를 통해 음반이 나왔기 때문에 적어도 손해를 입히진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남에게 민폐를 끼치며 살지 않겠다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음반에서는 회사의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음반 제작사인 '플럭서스 뮤직'의 제안을 많이 받아들인 트랙이 밝고 명랑한 느낌의 1, 2번 노래다. 이승환에 따르면 '마이 페어 레이디'는 원래 시사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였다고. 그러나 회사의 의견대로 가사를 연애 이야기로 바꿨다. 이승환은 "내년에 나오는 10집에는 지금과 다른, 내가 원래 염두에 뒀던 가사로 이 노래가 다시 발표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 앨범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10월 말 음반이 발매되자마자 초도 물량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승환은 올해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특화된 공연을 펼친다. 12월 24일과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역대 최강 콘서트-공(空)'이라는 공연 제목처럼, 이승환의 20년 음악 인생 중 최고의 공연이 될 전망이다.

"흥겨운 잔칫집 같은 분위기로 무대를 꾸밀 생각입니다. 20주년이라서 준비를 오래 했습니다. 13인조 빅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되고요. 무대 미술과 영상도 각각 3개 팀과 함께할 예정이죠. 신기한 시도를 많이 할 테니까 기대해 주세요."

이승환은 연말 공연에 이어 내년 3월께 10집 앨범을 낼 계획이다. 1월 중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녹음 작업을 한다. 포근하고 어쿠스틱한 록 음악이 담길 예정이란 게 이승환의 설명이다. 음반이 나온 이후엔 4월에 새 음반을 소개하는 공연을 한다. 4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음악 열정이 넘친다.

"전 계속 20대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고등학생 팬이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그래도 그런 팬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죠."

이승환은 자신의 표현대로 '히키코모리'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에는 무조건 집에서 음악 작업을 하며 지낸다. 관심 가는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수집가 성격도 있다.

"얼마 전에 음반 마스터링 작업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에는 고양이 인형을 사왔죠. 제가 '오타쿠'스럽다는 것은 만천하가 알아요. 40이 넘어서 그러니까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불편한 시선도 익숙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 나이를 먹긴 먹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항상 열정을 갖고 사는 뮤지션 이승환. 그에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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