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마에 빠진 사람들…말(馬) 타는 행복, 말(言)로 다 못하지요

영천 운주산 승마장
영천 운주산 승마장
구자운 씨
구자운 씨

골프 대신 말을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운동량이 많아 건강에 좋다고 한다. 특히 몸의 균형을 유지해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고, 뱃살도 뺄 수 있는데다 요실금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 관리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말은 겁이 많은 대신 잘만 신경 쓰면 애완견 못지않게 주인을 잘 따른단다. 말에게 보약을 지어 먹이기나 아픈 말을 운동요법으로 치료하며 돌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전엔 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승마장을 찾았지만 이젠 일반인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지난 4월 말 개장한 영천 운주산승마장엔 11월까지 대구, 포항, 경주, 울산, 부산 등에서 1만7천여명이 다녀갔다. 영천엔 말을 직접 키우며 산과 들로 외승을 자주 나가는 승마 마니아도 60여명이 있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승마 이야기를 들어본다.

◆말이 병원이고 보약…요실금 우울증 고쳐

강옥자(66·여·대구 수성구 만촌동)씨에게 말은 건강을 되찾아 준 동반자다. 강씨는 5년 전 병으로 두세차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찾아온 요실금은 수술해도 치료하기 어려웠다. 우울증도 앓았다. 한의원에서 침과 뜸으로 좋아졌지만 완치되지는 않았다. 한의원장의 권유로 말을 타기 시작했다.

승마를 시작한 뒤 차츰 나아져 지금은 요실금이 완치된 상태다. 우울증과 변비도 사라졌다. 뱃살이 빠지면서 몸무게도 9㎏이나 줄었다. 승마의 효과를 제대로 거둔 것.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하루 1시간 30분 정도 말을 탄다. 어쩌다 골프를 친 뒤 샤워를 할 때면 친구들이 강씨의 몸매를 보고 당장 승마장에 같이 가자고 할 만큼 젊음을 되찾았다.

20년간 말을 타고 있는 곽인환(52·경산 계양동)씨는 일반인이 1시간 타기도 힘든 말을 하루 5시간씩 탄다. 말을 탄 이후 일년 내내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다고 한다. 곽씨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데 승마가 최고라고 한다. 승마가 몸의 균형 유지로 자세교정에 제격이라는 것. 또 장 운동을 촉진해 뱃살이 쏙 빠졌고, 들판이나 야산의 맑은 공기를 많이 마셔 심폐기능도 좋아졌다고 한다.

자영업을 하는 심현수(40)·박경옥(39·대구 만촌동)씨는 7개월째 건강을 위해 말을 타고 있다. 1주일에 두세번 영천 운주산승마장을 찾는다. 고혈압인 심씨는 골프보다 운동량이 많은 승마를 택했고, 부인 박씨도 병으로 수술 후 남편과 함께 말을 타기 시작했다. 심씨는 하루 40∼50분씩 말을 탄 뒤 혈압이 낮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부금실이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곽인환씨는 승마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동이 트기 전에 말등에 오른다. 추운 날씨에도 말을 타고 10분만 달리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말과 2시간 정도 호흡을 맞추다 보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매일 아침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오후엔 운주산승마장을 찾는다. 소나무숲 속의 드넓은 승마장에서 시원하게 말을 달릴 수 있다. 맡겨둔 말을 길들이는 것도 재미있다. 야생마에 가까운 말을 길들이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기칠(53·영천 청통면)씨는 농장 앞에 마련한 조마장을 돌며 매일 말을 탄다. 집에서 말을 키우는 사람들은 외승을 많이 나가는 편이다. 동호인 2, 3명이 모여 가까운 산이나 강변을 달린다. 말발굽 소리와 거친 숨소리에 몰입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이씨는 동호인 3명과 함께 지난 10월 운주산승마장에서 열린 전국 말 한마당 축제 단체전 (20㎞ 지구력대회)에 출전해 2위를 했다.

◆10분만 달려도 땀 흠뻑…뱃살 쏙 빠져

말을 탄 지 5년이 된 구자운(45·영천 청통면)씨는 철구조물제작공장 옆에 마사를 두고 말을 사육한다. 남들이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즐길 때 구씨는 대신 말을 타고 외승을 나간다. 일요일이면 영천 청통에서 은해사 앞길이나 신녕까지 하루 50여㎞를 말과 함께 호흡하며 달린다. 산악코스를 달릴 땐 운동과 함께 삼림욕도 즐길 수 있다. 밤에 산길로 외승 나갈 땐 겁이 많은 말이 애완견보다 주인을 더 잘 따른다. 구씨는 부인과 자녀에게도 말을 태워주고 있다. 승마로 건강도 챙기고 가족 간의 정도 깊어져 말이 삶의 활력소라고 한다.

초교생인 김수민(10·영천 동부동)양은 세상에서 말 타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말한다. 수민양은 실내 승마장에서 혼자서도 말을 타고 잘 달린다. 운주산승마장 개장 후인 지난 5월부터 승마를 시작해 말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한번에 40분∼1시간씩 말을 탄다. 어머니 김명옥(37·영천 동부동)씨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 딸에게 승마를 계속 시킬 것이라고 한다.

강옥자씨는 영천 운주산승마장에 '나바호'라 이름 붙인 독일산 말을 맡겨두고 있다. 자신의 병을 낫게 해준 말이기에 사랑이 남다르다. 말의 목뼈 경직으로 상태가 안 좋을 땐 수의사의 진단을 받아 운동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했다. 얼마 전 다시 컨디션 난조로 말이 다리를 절자 한약방을 찾아 십전대보탕, 녹각, 홍화씨, 우슬 등을 달인 보약을 지었다. 승마장에 보약 250봉지를 두고 아침, 저녁으로 하루 8봉지를 먹였다. 이젠 말의 건강도 좋아졌다. 아들이 말에게만 보약 지어준다고 질투할 정도다.

곽인환씨는 승마용 말을 7마리나 가지고 있다. 청도 유등2리 목장에서 3마리를 직접 길들인다. 나머지는 영천 운주산승마장(3마리)과 대구 대덕승마장(1마리)에 맡겨두고 이용한다. 말 7마리 관리비만 매월 수백만원이 든다. 말 가격도 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운주산 승마장 10회 쿠폰 18만원

이기칠씨는 농장 한쪽에 마사와 조마장(말을 타고 길들이는 곳)을 갖춰 말을 직접 관리한다. 건초와 사료비 등을 합쳐 말 한마리 관리비가 한 달에 18만원 정도로 승마장에 위탁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다. 이씨가 타는 말의 가격은 800만원가량. 퇴역한 경주마를 다시 훈련시켜 승용마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싼 편이다. 안장, 부츠, 승마복, 헬멧, 모자 등을 합쳐 400여만원이 들었다고 한다.마구를 포함해 중고차 한대 값인 약 1천200만원으로 자신만의 말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운주산승마장은 말 없이도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한다. 휴양림 속에 위치해 공기가 맑으며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것. 10회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 18만원으로 가격도 다른 곳보다 싼 편이다. 어린이 쿠폰은 10장에 7만원.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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