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아버지는 자녀성장에 열쇠

요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자 선생님들이 계신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어릴수록 여선생님은 더욱 많아진다. 어린이들 교육은 여성들이 거의 도맡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남자의 교육적 영향은 극히 적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교육의 중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녀 교육의 책임이 온전히 여성들에게 넘어가면서 그 현상은 더욱 심화되기까지 했다.

초등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 중에는 남자 교사가 귀하다. 공교육이 아닌 방과후 교육에서는 더욱 귀하다. 해바라기 방과후에서 근무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가는 동안 주변에서 남자 교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남자 교사에게 남다른 기대를 품고 있는 듯하다. 나는 몸놀이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놀이를 하는데 전통놀이와 축구, 야구, 칼싸움, 자치기, 팽이치기, 썰매타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항상 넘쳐서 여자 선생님들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무슨 놀이를 해도 2시간 이상은 같은 놀이를 반복해야 좀 놀았다는 생각을 갖는 아이들이라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또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해도 자고 나면 넘치듯 채워지는 아이들이 마냥 신기하기도 하다.

방과후 교육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양성 평등에 관한 것이다. 남성상과 여성상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아이들은 가장 건강하게 자라난다. 이것은 여자 놀이, 이것은 남자 놀이라고 칼로 자르듯 구분 짓지 않는다. 함께 어울려 놀이 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게 큰 목표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서로에게 관대해진다.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에게 부탁을 하면 "그래" 하면서 흔쾌히 들어주고, 옆에 있던 아이들이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줄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남성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학원 선생님들 중에서도 남자 선생님이 계시지만 생활 깊숙이 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기가 쉽지 않다. 생활 전반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고, 격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원래 이러한 역할은 전통적으로 아버지의 몫이었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많은 추억은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힘이 되어왔다. 하지만 아버지들의 입지와 역할이 줄어들면서 온전히 그 일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가정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배운다. 내 가족을 소중히 하고 존중한다면 아이들은 아버지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조언자로 삼을 것이다.

여러 교육현장에서 균형 잡힌 남성상과 여성상을 가지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는 부모의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아버지의 역할은 자녀의 올바른 성장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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