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가? 왜?…' 염색공단 유연탄 매립 추가 확인

계명문화대 산학협력단 토양오염 연구소가 대구염색공단 내 유연탄 매립 의심 구역을 뚫어 지하에 있는 물질을 확인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계명문화대 산학협력단 토양오염 연구소가 대구염색공단 내 유연탄 매립 의심 구역을 뚫어 지하에 있는 물질을 확인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염색공단 내 공터와 주차장에서 대규모 유연탄 매립 사실이 연거푸 확인됐으나 누가 왜 유연탄을 묻었는지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22일에 이어 9일 2차 발굴에 나선 시민단체들은 "유연탄 매립 과정을 밝혀달라"며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와 대구시의 늑장 행정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경찰 및 행정기관이 유연탄 매립 과정보다 환경오염 조사에 중점을 둬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연탄 얼마나 묻혔나

9일 대구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서구청 환경관리과, 북부경찰서, 계명문화대 산학협력단 등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염색관리공단 주차장 내 유연탄 매립 현장 발굴에 나섰다. 또 유연탄 매립 현장에서 5m 떨어진 5곳의 시료를 채취해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중금속 함유 여부 등 토양 오염 측정을 의뢰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10월 22일 1차 발굴 당시 공단 내 공터 5곳에서 유연탄 매립을 확인한 바 있다.

이날 계명문화대 산업협력단은 지름 10cm가량의 시추봉으로 보도블록을 뚫고 1m 단위로 내려가면서 땅속에 있는 물질을 파냈다. 보도블록, 모래와 함께 기름 냄새를 풍기는 검은색 돌이 나왔고, 3, 4m쯤 내려가자 검은색 돌과 함께 검정물이 흘러나왔다. 5.5m까지 파들어가도 검은색 돌이 계속 나왔다. 이후 조사팀은 주차장 내 3곳에서 유연탄 매립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이처럼 유연탄 매립 현장이 추가 발견됨에 따라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단 측이 밝힌 유연탄 매립량은 1만6천900t 정도이며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알려진 매립시점은 7, 8년 전쯤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유연탄 매립 위치와 시기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공단 측은 잡아떼고, 대구시는 방관하고 있다"며 "유연탄 매립량이 추정치를 웃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누가, 왜 유연탄을 묻었나

공단 측은 유연탄 매립 이유에 대해 "비축용"이라는 진술만 거듭하며 당시 매립 담당자가 회사를 그만둬 정확한 배경을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한석탄공사 측은 "유연탄을 땅에 매립해 보관한 전례가 없다"고 밝혀 왔고, 공단 직원조차 "보통 유연탄은 지상 시설에 보관한다. 왜 땅에 매립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 비축용 유연탄 매립지 위에 보도블록을 깔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유연탄 매립은 공단의 조직적인 개입과 지시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며 "매립 과정의 전말을 밝혀달라"고 강력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매립 과정의 불법성은 확인된 바 없다"며 환경오염 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오염 정도가 밝혀지면 국립환경연구원, 환경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의 추가 정밀 검사 결과에 따라 복원 명령이나 과태료 부과는 가능하다. 토양오염 조사 결과는 보름 후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상부의 누군가가 지시하지 않고서야 이처럼 거대한 유연탄이 묻혔을 리 없다"며 "대구시는 염색공단의 해명만 중계하다 두달이 지난 오늘에야 환경오염 조사에만 겨우 응했다"고 비난했다.

◆경찰 수사 어떻게 돼 가나

경찰 역시 매립 과정에 대한 의혹은 속시원히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환경오염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 사실이 있으면 사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토양환경보존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지 검토한 뒤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연탄 매립을 누가, 왜 지시했는지 공단 직원들의 진술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며 "조만간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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