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사회적기업을 찾아서](3)로컬푸드 사회적 기업

'農-食' 거리 좁혀 농촌 살리고 환경도 보호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는 우리 농업도 살리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는 우리 농업도 살리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 운동에 앞장 선 사회적 기업이다. 대경먹거리연대는 12일 대구 수성구 한 소공원에서 '수성구민 나눔 장터'를 열었다.
㈜서구웰푸드는 결식아동 급식, 도시락, 출장뷔페 등의 사업을 통해 이익금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이다.
㈜서구웰푸드는 결식아동 급식, 도시락, 출장뷔페 등의 사업을 통해 이익금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이다.

최근 들어 '초미의 관심사'가 된 단어가 있다. 바로 '먹을거리'다. 세계적 곡물가 폭등,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등이 초래할 우리 농업의 위기, 중국 멜라민 파동 등 외국산 먹을거리 유해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면서다. 이러한 갖가지 사건은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local food)'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계기도 이 때문에 마련됐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먹자'라며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를 단축하자고 주장하는 로컬푸드 운동은 사회적 기업들의 좋은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회적 기업이 로컬푸드 분야에 뛰어들어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역 국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발생한 이익금은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들이다.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

유기농, 로컬푸드, 농촌 살리기,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사회적 기업.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만도 '바람직하다'. 이들 이미지가 한 곳에 모여 있다면? 대구 북구 팔달동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대표 이성우)는 이런 가치들을 모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경먹거리연대는 2006년 식량 산업의 세계화와 시장 개방에 따른 우리 농업의 붕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외국산 먹을거리 유해 물질 파동, 그리고 전세계 곡물가 인상으로 인한 식량 위기에 대처하자는 취지로 만든 '농업회생과 지역자치를 위한 사회연대'가 전신이다. 이때 우리 농업도 살리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떠올렸다.

대경먹거리연대 이성우(44) 대표는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쌀을 제외하고 나면 7, 8%밖에 되지 않아요. 쌀을 포함해도 25%가량의 자급률로는 미래 식량이 무기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지요. 우리 식량의 자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뭘 할까 생각하다 나온 것이 로컬푸드 운동입니다"라고 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로컬푸드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도농 교류 및 교육문화 사업을 펼쳤고 지역 농민과 지역 소비자가 함께 연대하고 협동하는 도농공동체도 조직하는 등 지역 먹을거리 자치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우리 농(農) 장터'다.

"'우리 농 장터'는 정기적으로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지에 갖고 가 상설 장터를 열고 지역 소비자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주고 받음으로써 우리 지역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대경먹거리연대 한 관계자는 "4년째 대구 시내 8개 구군을 돌며 농민장터를 열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전국으로도 퍼져 국내에 '우리 농 장터' 아류작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력 덕에 로컬푸드 운동도 이후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로컬푸드 운동의 시발점이 대구인 셈이다.

2008년 지금의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업도 여러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로컬푸드 소비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단체급식소를 운영하고 학교급식 사업에도 발을 뻗쳤다. 올해부터는 관공서나 기업체 구내식당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직원 수가 지금은 43명으로 부쩍 늘었다.

◆㈜서구웰푸드

11일 오전 대구시 서구 내당동 서구지역자활센터 1층. 6명의 직원들이 행복도시락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만드는 도시락들은 인근 8개 동에 있는 결식아동들을 위한 것. 그래서인지 직원들의 손길은 더욱 꼼꼼했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고 영양 있는 반찬을 도시락에 담기 위해서다.

대구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서구웰푸드(대표 정연석)는 먹을거리를 이용한 사회적 기업이다. 2009년 5월 법인을 설립한 서구웰푸드는 결식아동 급식을 비롯해 행사 도시락, 출장뷔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음식을 이용한 사회적 기업은 서구웰푸드가 처음이다.

서구웰푸드의 도시락 사업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로 9년째이니 이미 도시락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다. 당시는 대구 서구자활후견기관의 자활근로사업인 '맛사랑' 도시락 사업단에서 시작했다. 이후 2007년엔 서구청으로부터 자활공동체로 독립된 지위를 인정받고 취약 계층들에게 안정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으로의 길을 처음 걷게 된다.

서구웰푸드 정연석(29) 대표는 "지역자활센터의 자활공동체라는 신분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어차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더 많은 취약계층을 돕는데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창업을 통한 독립을 준비했지요. 하지만 공적인 자본으로 시작했기에 사회적 기업이 취지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11일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서구웰푸드는 더욱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결식아동 급식 도시락에 정성을 담아내고, 각종 지역 행사에 도시락 및 출장뷔페로 발품을 팔며 얻은 수익금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하려 한다. 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지역 주민과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구웰푸드는 취약 계층 출신 10명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직원은 6명. 이 중 3명은 기초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이다. 이 업체 한 직원은 "예전 나와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에게 줄 희망이 담긴 도시락을 만든다는 생각에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정연석 대표는 "서구웰푸드는 향후 기업으로서의 사업 성과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정적인 매출액 확보와 취약계층 취업자 수 확대 등의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 사회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착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로컬푸드=근거리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을,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고 구입하자는 운동이다. 이미 2007년 옥스퍼드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지역 먹을거리주의자를 뜻하는 '로커보어'(Locavore)라는 신조어를 등록했고, 일본에서는 지역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먹자는 의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돼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를 소비자가 아는 먹을거리 ▷자연의 속도에 맞게 생산한 제철 먹을거리 ▷소비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먹을거리 ▷환경 보전에 기여하면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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