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점투성이 세종시 '행정 비효율론'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행정 비효율 문제를 들고나왔다. 원안대로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이전하면 연간 3조~5조 원의 행정 비효율 비용이 발생하고 통일 이후 행정 기관의 재이전 비용까지 더할 경우 향후 20년간 100조 원을 웃도는 비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과 대학의 이전을 골자로 한 수정안이 지방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행정 비효율 문제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기 위해서는 객관적 근거를 지녀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한국행정연구원과 행정학회를 통해 제시한 '행정 비효율론'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3조~5조 원에 달한다는 행정 비효율 비용 가운데 계량화가 가능한 부분은 공무원과 민간인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데 따른 교통 및 시간 비용인 1천200억~1천300억 원뿐이다. 나머지는 부처 간 소통 부족에 따른 정책 품질 저하라는 '광의의 행정 비용'이다. 이는 계량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통일 이후 행정 부처의 재이전 비용도 추상적인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지금으로서는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일 후 왜 행정 부처를 다시 이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가 행정 비효율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해도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플러스 요인으로 상쇄될 가능성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같은 점에서 '행정 비효율론'은 세종시 원안 수정 계획에 꿰맞춘 억지 주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허점투성이의 저열(低劣)한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생각은 우리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는 쉽고 합리적인 길을 피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고 하니 이런 무리가 생기는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