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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제국의 통로/조지 린치 지음/정진국 옮김/ 글 항아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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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극동을 여행했던 영국 기자 조지 린치는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여행기를 남겼다. 1903년 출간된 이 책은 일본에서 출발해 대한제국, 만주, 중국, 몽골, 시베리아, 모스크바를 거치며 기자 특유의 섬세하고도 뛰어난 관찰력으로 관통해 나간다.

당시는 러일전쟁 직전으로, 일본과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우선권을 갖고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극동 세계 곳곳에 철도를 세우고 근거지를 확보하며 자국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등 정치적 탐욕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린치는 욕망에 사로잡힌 제국들의 면모를 '철도'를 통해 보여준다.

린치의 또 다른 초점은 소수 민족이다. 대한제국의 백성들을 비롯해 만주나 시베리아 등지의 소수 민족이 이 척박한 땅으로 대거 이주해 제국의 첨병 노릇을 하고 희생양이 되는 과정을 예리하게 그리고 있다. 지은이는 영국인으로 근대화를 맹신하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책을 통해 열강의 각축 속에서 피해를 보았던 대한제국의 주민들, 만주와 시베리아 이주민들과 죄수들의 생활을 바라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지은이는 철도가 곧 침략과 수탈의 상징이며, 거기에 무역상, 상인, 주민 등 모든 사람이 있었고, 그것은 곧 정복이었다고 말한다. 327쪽, 1만5천500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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