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결심 세우셨나요?"
장지현(37)씨는 또다시 굳은 맹세를 한다. 매년 반복해서 하는 결심이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절박하다. "숨도 가쁘고, 피로감도 많아졌어요. 내 건강도 문제지만 매일 옷이며 머리카락에 담배 냄새를 흠뻑 묻혀 가니 간접흡연에 노출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매일 금연 결심을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는 장씨. 요즘에는 '내일부터 당장 금연하자'며 담배며 라이터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휴지통에 버린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24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나약한 의지를 자책합니다. 어떻게 하면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담배의 해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지간한 의지로는 끊기 어려운 게 담배다. 연말이 되면서 많은 골초들이 새해 목표로 금연계획을 세운다. "내년에는 금연에 반드시 성공한다"며 가족들에게 호언장담을 한다. 또다시 작심삼일에 그칠 것인가, 이번에는 영원히 담배와 작별할 것인가. 일단 시도부터 해 보자.
나는 이렇게 끊었다.
◆고통만한 금연욕구 없다=20년간 하루 한 갑 반(30개비)씩 피워대던 담배를 끊은 지 5년째인 길호진(54)씨. 그는 여전히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길씨는 "99% 정도 담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1% 정도는 다시 담배를 피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유혹을 떨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요즘은 담배 냄새가 역겹게 다가온다. 담배 생각도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골초 소리 듣던 그가 담배와 결별하고 5년째 금연을 실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담배를 끊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해봤어요. 금연침도 맞아보고, 패치도 붙여봤어요. 1년, 6개월씩 끊어봤지만 결국은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됐어요. 금연 성공은 결국 의지에 달렸죠. 반드시 계기가 필요합니다."
몇 차례 금연 실패 후 그는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반드시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던 2005년 어느 날, 과음 후 온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숙취를 겪었다. 술을 많이 마신 탓도 있었지만, 술자리에서 피워댄 담배가 원인인 듯했다. 그날로 담배를 끊었다. 간혹 술자리에서 "한 대만 피워봐"라고 권하면 그 자리에서 담배를 부러뜨렸다. "여유가 생길 때 담배 생각이 가장 많이 났어요. 그때는 물을 마시거나, 사무실 밖을 나와 걸었어요. 잠깐씩 담배가 생각날 때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면 유혹을 견디는 데 수월합니다."
금연 후 10㎏가량 몸무게가 늘었다. 담배를 끊고부터 입맛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담배, 하루만 끊어도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알게 돼요. 일단 금연을 시작하면 고통을 참은 시간이 아까워서 다시 담배를 잡을 수 없게 됩니다." 길씨는 금연의 성공은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다.
◆담배 생각 아예 지워라=25년 동안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던 김영호(57)씨는 15년째 금연 중이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 끊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김씨. 1995년 업무차 들른 한 사무실에서 기분 나쁜 경험을 하고부터 담배와의 결별을 선언하게 됐다고 했다. "하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장의 사무실에 가니 앨범 한 권을 주면서 읽어보라고 하고는 나가버리더라고요. 앨범에는 흡연으로 찌든 폐 등 담배의 부작용을 담은 사진들이 빼곡했어요. 기분이 대단히 나빴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앨범을 보여준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자 담배가 빚어내는 각종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이었다. "부하 직원이 30분마다 담배를 피우러 화장실을 가더라고요. 그가 돌아오면 옆에 앉은 여직원이 인상을 찡그리며 코를 막더군요."
그날 집에서 '나는 왜 담배를 피우지?'라는 생각을 하며 담배를 피웠을 때의 좋은 점, 나쁜 점을 노트에 적었다. 기분전환, 스트레스 해소, 여유. 좋은 점은 단 3가지뿐이고 나쁜 점은 100가지가 넘었다. 마침 일곱살짜리 아들이 담배와 라이터를 앞에 꺼내놓더니 한 개비를 물고는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 모습을 본 뒤 금연 선언을 했다.
담배를 못 끊는 것은 담배에 끌려다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담배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금연을 시작하고도 담배를 가지고 다녔다. 책상 위에 꺼내놓고는 상상 속으로 담배를 피웠다. 책상에 앉아 한 개비 피우고 오자. 그러고는 2분 정도 참고는 실제로 담배를 피우고 왔다고 생각했다. 계속 반복하니 담배에 손이 가지 않게 됐다.
"담배에 찌든 몸속을 씻는다는 생각으로 물을 자주 마셨어요. 그런데 아직도 몸속의 니코틴이 빠져나가지 않은 기분입니다. 손익을 따져 보면 담배 피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담배를 생각하기 때문에 피우게 되고 끊기 힘든 겁니다. 그냥 담배가 없다고 여기면 유혹도 없어지죠."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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