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 화두는 '조화세계(和諧世界) 건설'이다. 그는 국제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공동번영의 조화로운 국제사회를 건설하는 데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987년 덩샤오핑이 21세기 중엽에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을 때 중국인들조차도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010년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총액은 약 5조4천억 달러에 달해 일본을 제치고 G2가 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조금은 겸손했던 자세에서 공격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바뀌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세계 맹주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GDP가 미국과 같은 수준에 이르는 시기를 골드만삭스는 2027년으로, 영국의 경제주간지 EIU는 2026년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중국이 설정한 1위 탈환 목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의 '조화세계 건설'은 올 2010년부터 향후 10여 년간 추진된다는 이야기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 일변도가 빚어낸 빈부격차, 부정부패, 공산당 정체성 논쟁 등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여 사회균열을 봉합하는 '조화사회 건설'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종식시키는 데 진력할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니알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는 중미 관계가 저축 위주의 중국과 소비 중심의 미국이 하나의 경제체제로 엮여있다고 하여 2007년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표현을 썼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이러한 파트너십은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능가하게 될 때 중국이 먼저 미국과의 결별을 시작할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중국은 조만간 독자적인 행보로 국제 정치질서 새판 짜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이러한 위상 변화에 우리는 선점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한중 관계를 미국과의 21세기 전략동맹 관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시켜야만 한다. 지금이 중국을 제1의 외교 파트너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바로 그 시점이다.
이를 진행함에 있어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정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정치 민주화를 표방하고 있다고 하여 사회주의 붕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황제 전제정치의 유산과 중화사상의 구정치 문화에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이 접목된 독특한 신정치문화를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 하나는, 중국 정치권력 구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해 12월 16일 시진핑 중국국가 부주석이 한국을 다녀갔다. 벌써부터 그를 차기 최고 정치지도자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단은 시기상조이다. 현재 '공산주의 청년단'과 '태자당'(혁명원로 후세모임)의 양대 계파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각축전은 2012년 가을 공산당 18전대회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만약 그동안 중국 사회의 내부적 주요 모순들이 적절히 개선된다면 엘리트주의자들로 기업가와 신흥 중산층을 대변하는 태자당그룹의 시진핑이 점지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포퓰리즘 그룹으로 사회 취약 계층을 대변하며 빈부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청단 계열의 리커창이 부상할 것이다. 아니면 제3의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전의 후계자 결정 경험에 비추어볼 때, 2년 반은 이변이 일어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권력구도의 양대 축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시소를 멋지게 타야 한다.
다른 하나는, 꽌시(關係, guanxi)망 구축에 장단기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자본은 꽌시로 이것은 양국 간 경제교류나 외교활동의 윤활유 작용을 한다. 그러나 이 꽌시는 강한 결속력과 지속력을 가지는 반면, 형성되는 데 일정 정도의 교류 경험과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우선 꽌시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중국통을 조속히 발굴하여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정책적 지원을 통하여 국제적 꽌시 로비스트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을 외교 추진 최우선 대상 국가로 설정하여 올해부터 10년간 중국의 비상에 동반 상승하여야만 남북관계 및 경제발전에 획기적인 성과를 얻어내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수성 계명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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