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日서 활약한 무국적 투수, 빅터 스탈핀

평생 국적이 없는 투수였다. 빅터 스탈핀(1916~1957)만큼 파란만장한 야구선수도 드물다.

9세 때 스탈핀의 가족은 러시아 혁명을 피해 일본 홋카이도로 망명했고 아버지가 살인을 저지르는 바람에 생활이 어려웠다. 아사히카와(旭川)중학 재학중 갑자원 대회에 출전했다가 도쿄야구클럽(요미우리의 전신)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와세다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가족을 국외 추방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193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191㎝ 장신에서 뿜어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이었다. 1939년(42승 15패), 1940년(38승 12패)에 MVP, 6차례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으나 이방인으로서의 고통은 끝이 없었다. 1940년 몽골과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스다 히로시(須田博)로 개명했다. 1955년 일본 최초 통산 300승(303승 176패, 방어율 2.09)을 이룬 뒤 은퇴했다. 1957년 오늘, 차를 몰고 중학교 동창회에 가다 열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고향 아사히카와의 야구장을 스탈핀 구장으로 명명했고 그 앞에 동상이 있다. 대구에서 훈련중인 요미우리의 이승엽도 일본에 동상이 설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을 해주길 기대한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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