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겐 '녹색 식물'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이 있다. 그래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삭막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작은 정원이라도 만들어 식물을 키우려고 하는 이유다.
이처럼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 식물은 정성을 들여 관리하면 잘 자라기 때문에 자신감이 높아지고 잡초를 뽑는 등의 활동을 통해 분노와 공격성이 순화된다.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몸 움직이니 근력이 강화된다.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을 기대하니 희망도 생긴다. 몸과 마음이 다 같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은 물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치료 과정이 된다. 이 때문에 원예치료는 현대 의학 치료를 보완하는 중요한 대체의학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후반 장애인 올림픽 이후 원예를 직업교육의 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1997년 '한국원예치료연구회'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원예치료가 보급됐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천여명의 원예치료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손선 SL원예치료임상연구소장(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상임이사)은 1990년대 후반부터 원예치료에 발을 들여놓은 초창기 멤버다. 대구 최초의 원예치료사인 셈이다.
"얼마 전 전라도 익산에서 자살충동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에게 10여 차례 원예치료를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이 끝나자 행복하다, 불안함이 사라졌다는 말씀들을 하셨고, 대인기피증이 심각하던 사람도 '사람 만나고 살아야겠다'고 말했죠. 보람이 큰 직업입니다."
원예치료의 심리'정신적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 이 소장은 신체 재활에도 원예치료가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썼다. 신체 일부 마비된 뇌졸중 환자에게 마비된 쪽의 손을 움직여 식물을 키우고 꽃꽂이를 하게 한 결과 경과가 좋았던 것.
이런 효과 덕분에 정신적, 신체적 장애인의 재활치료, 정신과'재활의학과 병원, 보건소, 복지관, 요양원 등에서 원예치료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원예치료는 단순히 식물을 재배하거나 꽃꽂이를 통칭하는 것은 아니다. 만들면서 상대방과 상호작용하고 어떤 동작과 과정을 유도하는가가 치료의 관건. 예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즐겁게 가꾸면서 신체'정신 재활이 가능해야 한다.
꽃이라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날카로운 가위, 철사의 사용은 피하고 국화나 백합 같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꽃들은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 꽃이 큼직하고 색깔이 화려한 것이 치료 효과가 더 크다.
원예치료사는 환자를 상대해 치료효과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원예에 대한 지식 및 기술은 물론 봉사정신도 필요하다. 원예치료사마다 사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질 있는 원예치료사 양성이 중요한데, 현재 전국에 원예치료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은 20여개가량이며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에서 자격증을 수여한다.
"원예치료의 효과는 현장에서 꾸준히 입증되고 있는데다, 현대 의학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주니까 앞으로 전망이 좋다고 생각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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