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지역 기업들의 출자로 세워진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가 건물관리용역업체를 2001년 개관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울 업체에 맡겨왔습니다. 저희 업체가 입찰 용역에서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것이 아닙니다. 삼성이 맡아야 할, LG가 할 수 있는 정도의, SK만이 할 수 있는 대기업 하이테크 기술이 아니라면 지역의 일감은 지역 업체가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CO가 지난해 말 진행한 건물종합관리용역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내 1순위에 들고도 최종 탈락한 업체 대표 A씨는 "앞으로 사업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지만, 우리 지역을 위해 할 말을 하겠다"고 최근 기자를 찾아왔다.
"EXCO는 대구시 지분율이 60% 안팎에 이를 만큼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가 있고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주머니를 털어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EXCO는 청소·주차·경비 등 그야말로 단순한 건물종합관리용역업체 선정에까지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A씨는 EXCO가 내놓은 건물종합관리용역 적격심사 점수표를 보면 지역업체가 도저히 참여할 수 없는 구도라고 했다.
"경비실적이 10억원이라고 써놓았습니다. 경비원들의 임금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시죠? 경비원 월급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도대체 몇 명의 경비원을 쓴 실적이 있어야 하겠습니까? 전기용량 1만2천800㎾ 이상 관리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대구에 EXCO를 제외하면 이렇게 많은 전기를 쓰는 건물이 없습니다. 이런 배점 조항들을 보면 지역 업체는 아예 못 들어오게 막고 있는 것이죠."
EXCO는 세계인들이 찾아올 만큼 정말 훌륭한 시설이기 때문에 관리업체의 노하우가 특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기자는 A씨에게 되물었다.
"저희 업체는 지금 대구의 백화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EXCO보다 하루 유동인구가 훨씬 많습니다. 백화점은 고급 고객이 많기 때문에 EXCO보다 훨씬 더 철저한 건물관리를 요구받죠. 굳이 백화점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쉽게 말해 EXCO가 이번에 발주한 건물관리는 그야말로 단순한 건물관리입니다. 우주선 발사하는 시스템 관리도 아닌데 60억원에 이르는 시설발주에 대해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서울 업체에 해야 합니까?"
A씨는 기자를 만나기까지 부끄러워 몇 번이고 뒤돌아섰지만 대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입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CO는 지역업체인 화성산업이 지었습니다. 지역업체가 관리를 감당 못할 건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얼마 전 대구시가 대구 버스광고 대행을 전국 입찰로 변경해 대구 업체가 광고 대행을 뺏기게 됐다는 매일신문 기사도 봤습니다. 대구가 이래서는 안 됩니다. 지역 기업을 외면한다면 대구가 더 이상 이 모양새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지역 기업의 세금에 기대 살아가는 대구시도, 대구의 공기업도 결국 존립의 근거를 잃게 됩니다."
A씨 주장에 대해 EXCO 측은 "법적 제약으로 지역 업체에 한정해서 제한 입찰을 할 수 없었다"며 "건물관리 수행능력,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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