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잘해 보려 선진국인 한국으로 왔는데 전기가 없어서 공장 가동을 못 한다니…."
칠곡군 석적읍 중리에 있는 외국인 투자회사인 인도코리안 페트로켐(Indo-Korean Petrochem LTD)의 라지브 쿨라(45·인도) 사장은 한국에 투자를 하고 공장을 운영하려 했던 자신의 계획을 후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노사문제로 문을 닫은 폴리에스테르 원사생산업체인 K화섬을 인수해 5개월 후 제품 생산을 목표로 모든 설비와 기계 정비작업을 마쳤는데 전기공급이 안 돼 몇 달째 공장을 놀리고 있기 때문이다.
쿨라 사장이 K화섬을 인수한 것은 우수한 내부 설비와 구미 국가산업3단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을 고려한 것. 공장 재가동을 기대하며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만도 16억원. 인근 지역에서 50명가량의 기술자도 고용해 공장 설비를 점검하고 수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들이 '전기공급 불가'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 과거 K화섬과 전력공급을 공유하던 D합섬이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공동선로였던 고압수전시설(철탑)은 K화섬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D합섬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D합섬은 동종업체인 인도코리안 페트로켐에 전기공급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코리안 페트로켐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15만4천V. 새로운 수전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6개월이라는 기간과 3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 회사는 한국전력공사와 감사원·지식경제부·경북도·구미시·칠곡군 등 관련 기관에 전기공급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할수없이 D합섬을 상대로 전력공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이마저도 가부 간의 결과가 나오는 데는 3개월이 걸린다. 정상 가동이 이루어질 경우 하루 280t의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으로 연매출 2천억원을 예상하며, 5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기업이 전기 스위치 하나를 올리지 못해 9개월째 세월만 허송하고 있는 것이다.
라지브 쿨라 사장은 "한국의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투자유치를 위해 세계를 누비고 있는데 정작 한국에 들어와 기업을 하겠다는데 전기공급 문제조차 해결해 주지 못하느냐"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없을 경우 베트남 등 제3국으로의 공장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