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바가지를 써도 좋으니 어딜 가든 깎지 말고 맘껏 쓰고 돌아가자. 대(代)를 이어서."
경북 청도 각북 출신으로 열여덟 살에 일본으로 밀항해 도쿄 인근 히타치시에서 중소기업을 이룬 가네무라 다이루(한국명 김태용)씨가 매년 가족들을 데리고 고향인 대구경북을 방문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다. 그는 88세의 고령에 지병이 있음에도 불구, 올해도 연초부터 딸 니시노(57)씨와 손녀 노조미(26)씨를 데리고 한국을 찾았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40년, 일제강점기 하에서 가난에 허덕이던 청도 출신 가네무라씨는 세번이나 밀항을 시도한 끝에 홀로 일본에 정착했다. 26세 때 일본 여자와 결혼했는데, 처가가 신일본제철의 철강제품을 받아 소매로 납품하는 작은 기업이었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뼈빠지게 처가 일을 도왔고 훗날 그 가업을 물려받아 더 번창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한 해 매출액만도 60억~70억원에 달하고, 올해 매출 목표만도 100억원을 잡고 있다. 아들 요시데루(54)씨가 치과병원을 하고 있어 가네무라씨의 가업은 현재 사위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가네무라씨는 일본에 간 지 20여년이 지난 1960년대에 이미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때부터 고향인 대구경북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지역에 도와줄 일이 많았다. 고향 사람들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쓴 것은 물론 고향 청도에 공원을 만드는데도 적잖은 돈을 기부했다. 또한 가네무라씨는 "자손들에게 해외로 여행가서 돈 쓰지말고, 고향인 한국에 가서 일본돈을 사용하라"고 종종 말해왔다.
그의 큰조카인 김장호(66)씨는 "뿌리를 잊지 않고 매년 가족과 회사직원들을 이끌고 방문해 감사하다"면서 "그저 말없이 한국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벌써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딸 니시노씨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을 방문할 것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대를 이어 아버지의 고향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국말을 전혀 못해 언어 문제 때문에 다소 장벽이 있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손녀 노조미씨도 "할아버지가 한국 사람이고 제 속에도 한국 피가 흐르고 있어 고향 방문 때 가슴이 찡했다"고 털어놨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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