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아오키 사장이 본 호암은

소수 회원에게 명품 서비스 후대에까지 인연 이어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500컨트리클럽 회원 명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500컨트리클럽 회원 명부.

"호암은 골프를 참 좋아했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암은 최고를 향한 열정을 골프장 건설에서도 보여주셨죠."

일본 도큐그룹의 500컨트리클럽 쓰네히로(사진) 사장은 지난해 말 기자가 방문하자 회원 명단을 펼쳐보였다. 176번 회원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호암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도 있었다.

"도큐그룹은 1960년대 초반 300명의 회원만 받아들인 300컨트리클럽을 개장했는데 호암은 이곳을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300컨트리클럽은 일본 정·재계의 실력자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까다로운 골프장. 이 골프장에 매료됐던 호암은 안양골프장의 설계를 300컨트리클럽을 운영하던 일본 대재벌 도큐그룹에 의뢰했었다. 300컨트리클럽은 호암이 만든 안양골프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300컨트리클럽, 그리고 이후 만들어진 500컨트리클럽은 그야말로 최고를 추구합니다. 상장기업 여부, 경영 원만도 등의 기준을 세워 10명의 이사가 회의를 해서 회원을 정합니다. 1960년대 호암이 300컨트리클럽의 회원이었던 것은 대단한 것이죠."

호암이 도큐그룹 소유 골프장과 맺은 인연은 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쓰네히로 사장에 따르면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500컨트리클럽에도 몇 차례 왔었다는 것.

"최고는 단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최고여야하죠. 회원 숫자를 몇백명으로 엄격히 제한한 도큐그룹의 골프장은 이런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회원이 많으면 당장 경영에는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명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함이 필요합니다."

그는 도큐그룹의 경영철학을 호암이 잘 받아간 것 같다고 했다.

"장사 안 된다고 반칙을 하면 안 됩니다. 반칙을 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영업이 명품을 만듭니다."

쓰네히로 사장은 시설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최고를 보여줘야 명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합니다. 직원들이 '내가 이곳의 사장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명품 서비스가 나옵니다. 클럽하우스의 청소 상태, 식사의 질 등 작은 것에서부터 명품 서비스가 탄생합니다. 우리는 다른 골프장과는 항상 다르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세상의 인심이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서비스가 나쁘면 언제든지 돌아서는 것이 손님들의 생리죠. 항상 이를 생각하고 삽니다. 끊임없이 돌아봐야 명문으로서의 이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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