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8차례나 기표해야 하는 해괴한 지방선거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 한 명이 기표를 무려 여덟 차례나 해야 한다고 한다. 지방단체장'의원에 교육감'교육의원 선거까지 동시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해괴한 선거가 있을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후보자의 면면을 모두 외우고 투표장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유권자의 판단' 운운하는 자체가 우스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중앙선관위는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지역의원 ▷광역비례의원 ▷기초지역의원 ▷기초비례의원 ▷교육감 ▷교육의원을 선출하므로 1인 8표제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2006년 지방선거 때 1인 6표제를 했지만 교육감'교육의원이 직선으로 바뀌면서 이렇게 바뀌었다고 한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은 투표용지 여섯 장을 받아들고 한참 동안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기표를 두 번 더 해야 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교육감'교육의원 선거에 후보자가 난립하는 것도 이런 황당한 투표 형태 때문이라고 한다. 기호 추첨을 할 때 운 좋게 1번이나 2번을 받으면 큰 힘들이지 않고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에 특정 정당 후보를 찍고 나면 나머지는 같은 번호에 계속 찍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무임승차'를 부추길 수 있는 선거 형태가 아닐 수 없다.

선거는 단순 명확해야 한다.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자는 선거법 취지는 모르는바 아니지만 순식간에 여덟 번의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 이런 선거 형태는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고 선거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그냥 할 수밖에 없겠지만 선거 후 어떤 형태로든 개정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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